1년 전 도입…정찰·물류 등도 적용
포인트로 무기·장비 구매 가능해
드론 부대 경쟁에 러 사상자 급증
‘전쟁의 비인간화 심화’ 우려 심화
러시아군 무인기(드론) 조종사를 사살하면 25점, 러시아 병사를 생포하면 120점…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부대에 도입한 ‘게임 스타일’ 공격 및 보상 체계가 정찰과 포병, 물류 작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군을 공격해 따낸 점수로 장비를 구매할 수 있게 된 부대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러시아군 사상자가 크게 늘었다. 전쟁 장기화와 드론 기술 발달이 맞물려 전쟁의 비인간화를 심화한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부대 보너스 시스템’에 따라 경쟁하는 부대들이 지난 9월 러시아군 1만8000명을 사살하거나 다치게 했다. 경쟁에 참여하는 드론 부대는 지난 8월 95개에서 400개로 늘었다.
약 1년 전 도입된 이 시스템은 공격에 성공한 군인들에게 보상으로 포인트를 제공한다. 포인트로는 온라인 무기 상점에서 드론, 자율주행차 등 무기와 장비를 살 수 있도록 했다. 군은 매달 상위 10개 드론 부대 목록도 공개한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 장관은 “이 시스템이 부대들 사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전투에 도움이 될 드론 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지난 9월 기준 지난해 10월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도 이 시스템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장의 우선순위를 반영해 러시아 보병을 사살하면 제공하는 보상 포인트를 6점에서 12점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보병 사살에 따른 포인트는 시스템 도입 초반 2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월 6점, 지난 5월 12점으로 점차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러시아군 드론 조종사를 사살했을 때(5점)보다 생포했을 때(120점) 포인트가 훨씬 큰 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협상할 때 카드로 쓸 포로가 필요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전장 상황과 러시아군의 전술 변화에 따라 조정되는 보상 포인트 등 보너스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결정된다.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러시아도 자체적으로 이와 비슷한 보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아무리 전쟁이라지만 목숨에 가격을 매기는 등 ‘게임화’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 우크라이나군은 “더 효율적으로 싸울 방법을 찾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페도로우 장관은 “우리는 4년째 전쟁 중이고 정말 힘들다”며 “감정적인 성찰은 거의 없다. 막지 않으면 적은 우리 군을 죽일 것이고 이후에는 도시로 와 민간인을 학살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 덕분에 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