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694명 설문 보고서
연봉 수준 등 금전적 요인 최다
박사 미국행은 11년 새 2배 ↑
연구 환경·기회 보장 개선 시급
국내 이공계 인력 10명 중 4명 이상이 해외로 이직을 고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20~30대는 10명 중 7명이 해외 이직을 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외국과 차이가 큰 연봉 수준이었다. 연구환경의 질, 경력 개발 기회 등 비금전적 요인도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석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대학·연구소·기업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국내외 이공계 인력 2694명(국내 체류 1916명·해외 체류 77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결정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3일 발표했다.
국내 이공계 인력은 꾸준히 해외로 나가고 있으며 특히 미국 진출이 활발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 인력 규모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약 1만8000명으로 11년 새 2배로 증가했다.
특히 2015년 이후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 인력의 해외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해외 이직(구체적 계획 수립 또는 3년 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20~30대는 해외 이직을 원하는 비중이 70%에 달했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기,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통신뿐 아니라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기술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조선·플랜트·에너지에서도 40% 이상이 3년 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으며, 7.1%는 구체적 계획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이직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대는 주로 30~40대이며 이들은 대학교나 중소기업(스타트업 포함)에 소속된 연구·개발 종사자 및 교수였다.
국내 이공계 인력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1~3순위 복수응답)는 금전적 요인(66.7%)이었다. 국내 이공계 인력의 절반 이상은 연봉 수준을 두고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반면, 해외 인력은 이 비중이 20% 미만에 그쳤다.
실제로 이공계 연봉의 국내외 격차가 컸다. 해외 인력은 13년차에 가장 많은 36만6000달러를 받는데, 국내 인력은 19년차에 가서야 최고점(12만7000달러)을 찍었다. 국내는 절대적 연봉이 적을뿐더러, 근무연수에 따라 연봉이 완만하게 오르는 임금체계라 경력 초기 급여도 상대적으로 낮다.
연구 생태계 및 네트워크(61.1%), 기회 보장(48.8%), 자녀 교육(33.4%) 등도 이유로 꼽혔다. 해외 이직 요인 영향을 분석하니, 이공계 인력의 소득 만족도가 ‘보통’에서 ‘만족’으로 개선될 경우 해외 이직 확률은 4.0%포인트 감소했다. 고용 안정성과 승진 기회에 대한 만족도 개선 시에도 해외 이직 확률은 각각 5.4%포인트, 3.6%포인트 낮아졌다.
학위별로 석사급 인력은 승진 기회와 연구환경 개선이 해외 이직 의향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데 비해, 박사급 인력은 고용 안정성과 자녀 교육 요인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전 대한화학회장)는 “정치적 입김으로 과학계를 좌지우지하려는 분위기가 20년 넘게 지속되고, 윤석열 정부 때 ‘카르텔’로 몰려 사회적 존중도 낮아진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20~30대 이공계 인력에게 해외 이직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이들이 국내로 돌아올 유인책을 국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도 인적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