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주사 천왕문 앞을 지키고 있는 곰 조형물. 불광미디어 제공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로 흔히 흰 코끼리를 떠올린다. 사자나 용과 같은 동물도 불교 미술의 소재에 많이 등장하고 이 동물을 본뜬 조형물을 사찰에서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은 우리 문화와 친숙하지만 불교와는 딱히 접점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곰 조형물이 천왕문(일주문 다음에 있는, 불법을 지키는 사천왕이 모셔져 있는 문) 앞에 세워져 사찰 경내를 지키는 곳이 있다. 창원 불모산 자락에 있는 성주사다. 성주사 대웅전에는 곰이 사람처럼 앉아 용맹정진하는 벽화까지 그려져 있다.
불교 전문 월간지인 <월간 불광> 11월호는 ‘곰이 세운 절, 불모산 성주사’라는 주제로 이 사찰과 곰에 얽힌 인연을 소개한다. 성주사는 한때 웅신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웅신은 ‘곰신’이라는 뜻이다. 통일신라시대 흥덕왕 때 무염스님이 창건했다.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 불타버렸고 1604년 재건하게 된다. 당시 성주사의 원래 터에는 목재들이 잔뜩 쌓여 있었는데 밤새 불모산의 곰들이 현재의 성주사 자리로 목재를 옮겨 놓았다. 이를 부처님의 뜻으로 알고 새 자리에 절을 짓게 됐다는 것이다. 또 스님들이 성주사에서 수행하고 있을 때마다 곰이 몰래 내려와 공양간의 밥을 훔쳐먹다가 스님들이 삼매에 든(정신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를 따라했다는 설화도 전해진다.
이번 APEC 정상회담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경주 불국사도 곰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이 토함산에 사냥을 나갔다가 곰을 죽였는데 그날 밤 꿈에 나타난 곰이 자신을 위해 절을 지어주면 용서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김대성은 곰을 위해 장수사를 지었고 이후 불심이 더 깊어져 불국사를 지었다. 현재 경주에 장수사는 없으나 불국사가 보이는 마동에 자리잡은 삼층석탑이 있는 곳이 장수사의 옛터라고 전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