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협의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밝혀
“한국 지키려는 의지 분명히 있다”
“동시에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한국이 대북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한국에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 위협 대응을 위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지만, 북한의 재래식 위협 대응에서는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이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동·남중국해에서의 공격 등에 대처하는 데 이용될 것을 인정·허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런 취지로 답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선 “우리는 동맹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안정을, 한국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히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와 동시에 우리가 역내 다른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한미군을 대북 위협 대응을 넘어 대중국 견제 등도 활용하는 전략적 유연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헤그세스 장관은 “그러나 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에 위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확장억제를 동맹인 한국에 변함없이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세계 도처에서 여러 위협이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해 한·미가 선의에 따른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대북 재래식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은 중국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한국이 대북 재래식 위협 대응을 주도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이 확장억제 제공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자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에 국방역량 강화에 따른 역할 확대를 요구해왔다. 한국은 이에 발맞춰 자주국방 기조 아래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SCM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속도를 내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을 수도 있다.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대북 대응에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고,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할 여지가 늘어날 수 있다.
안규백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핵무기 개발 추진을 원하나’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라며 “대한민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가입한 나라로서 핵을 본질적으로 가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다시 배치되기를 바라나’라는 질문에도 “우리는 핵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핵과 대한민국의 재래식 무기, 그래서 핵·재래식 통합(CNI)가 구축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CNI는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확장억제를 수행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한·미가 지난해 6월 마련한 핵협의그룹(NCG) 공동지침에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