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전 영풍 대표이사가 2024년 8월28일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속기소 된 박영민 전 영풍 대표이사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제2형사단독 이승운 부장판사는 4일 가스 중독 사고로 4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박 전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전 석포제련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석포제련소 관계자 8명은 각 징역 6~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영풍 법인에 대해 벌금 2억원, 석포전력에는 벌금 5000만원형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3년, 배상윤 전 영풍제련소장에게 징역 2년, 영풍 법인에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들은 2023년 12월6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비소 가스에 노출·중독되게 해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4명의 사상자(1명 사망·3명 부상)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이사는 원청 대표이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국내 첫 사례다.
1심 재판부는 당시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던 탱크에 밀폐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점, 노동자들이 방진 마스크만을 착용한 채 작업하게 한 점 등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이날 재판부는 “산업재해를 미리 막고자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고 이전에 거대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나름대로 산재 예방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만으로 모든 것이 회복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유족 또는 피해자와 합의해 이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