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슈의 <카네이션>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처음 <카네이션>을 봤을 때 무대에 꽃이 피어있어서 충격받았죠. ‘여기서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고?’ 제가 배웠던 발레는 주역과 조역이 있는데 모든 댄서들이 같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구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혼란스러웠고, 더 알고 싶어졌죠.”(김나영 리허설 어시스턴트)
LG아트센터는 올해 25주년을 기념해 2000년 개관작으로 선보였던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슈(1940~2009년)의 <카네이션>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오는 6~9일 LG아트센터 서울, 14~15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다. 1982년 초연된 <카네이션>은 바우슈가 확립한 탄츠테아터(Tanztheater·무용극)의 정수를 보여주는 초기 작품이다.
LG아트센터는 2000년 <카네이션>을 시작으로 한국을 소재로 한 <러프 컷> 등 바우슈의 작품 8편을 올리며 그의 무용단 탄츠테아터 부퍼탈과 인연을 맺어왔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대 위 카네이션의 화사함이 개관과 맞을 것 같다는 피나 바우슈의 추천으로 공연했던 작품”이라면서 “그간 젊은 관객들이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기도 했고, 피나 바우슈 무용단의 새로운 무용수들이 했을때 바우슈의 유산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가를 관객들과 나누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4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카네이션> 기자간담회에서 다니엘 지크하우스 예술감독 및 운영총괄,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 리허설 디렉터, 김나영 리허설 어시스턴트, 이현정 LG아트센터장(왼쪽부터)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제공
<카네이션>은 무대 위를 뒤덮는 9000송이 카네이션의 강렬한 이미지로 유명하다. 무대를 가득 메운 카네이션 사이로 군화를 신은 남성이 행진하고, 무용수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관객에게 말을 건다. 유머와 풍자가 공존하는 장면 속에서 억압과 통제의 현실이 드러나고,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짓밟히고 흩어진 꽃밭이 여운을 남기게 된다.
에드워드 폴 마르티네스 리허설 디렉터는 “피나 바우슈의 작품은 실제의 삶과 조응한다고 할 수 있고, 무대 위 폭력 역시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공연에선 한국어 텍스트 분량을 두 세 배 가량 늘려서 관객들의 이해를 높이고, 무대 위에서 마법적인 순간과 새로운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1980년대부터 활동해온 기존 무용수들과 2019년 이후 합류한 젊은 세대가 함께한다. 바우슈의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철학에 강렬한 인상을 받고 1996년 무용단에 입단했다는 김나영은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던 2000년과 달리 이번에는 자신의 경험을 젊은 무용수들에게 나누는 리허설 어시스턴트로 참여한다.
춤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탄츠테아터’는 정형화된 고전무용에서 벗어나 인간의 감정과 극적 요소를 십분 반영한다. 바우슈는 안무 과정에서 일일이 지시하는 대신 무용수들과 대화에서 나오는 경험과 관점을 작품에 수용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선 그의 사후 이러한 창작 방식의 작품이 ‘어떻게 피나 바우슈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여럿 나왔다.
다니엘 지크하우스 예술감독은 “피나 바우슈 생전에 ‘탄츠테아터’는 단순히 무용은 아니지만, 오직 무용수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바우슈의 본질은 무엇이 춤이 될 수 있고 없는 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나영도 “저마다 피나와 인연을 맺은 무용수들이 그들의 경험을 새로운 세대에 전하고, 자기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게 피나 바우슈를 미래에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나 바우슈의 <카네이션>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피나 바우슈의 <카네이션>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
피나 바우슈의 <카네이션> 공연 모습. LG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