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내년도 예산안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며 “내년은 AI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728조원 규모 예산안의 법정기한 내 통과를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며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이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야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 목표 달성을 위해 총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며 “올해 예산(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집중 투자하겠다”며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 예산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9.3%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며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기준중위소득 최대 6.51% 인상, 장애인 일자리 대폭 확충, 산업재해 방지를 위한 근로감독관 2000명 증원 등을 약속했다. 또 “경영안정바우처 지급과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소상공인 지원도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해는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제시한 교류협력(E)·관계정상화(N)·비핵화(D)를 통한 ‘END 이니셔티브’를 소개하며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평화·공존·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APEC도 A급이고, 시정연설도 A급”이라며 “특별히 더 눈에 들어온 대목은 바로 AI 강국 실현의 꿈”이라고 적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영장을 청구해놓고 우리가 오늘 웃는 낯으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을 수 있겠나”라며 “AI 시대를 대비한다는 허울 좋은 구호를 앞세웠지만 결국 재정 건전성을 파탄 내는 돈퓰리즘 예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