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2026년 예산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은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됐다. 그는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대대적인 AI 투자를 위한 예산 투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22분 동안 AI를 총 28회 언급해 47초마다 AI를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AI에 할애했다. 그는 “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며 “산업화와 정보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처럼 위대한 대한국민과 함께 인공지능 시대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AI 투자를 위해 확장재정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 지출 삭감 배경이 AI 투자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안 중점 방향에 대해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예산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며 “이 가운데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인공지능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가장 집중 투자할 AI 분야로 피지컬 AI를 들었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고 행동하는 AI로 자율주행차, 로봇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조선·가전 등 제조업에 피지컬 AI가 활용되면 생산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주요 산업 분야에 5년간 6조원 투입 계획을 밝혔다. 광역 단위로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해당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해 조성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로 지역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AI 인재 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며 “엔비디아에서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방산 분야에도 AI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과 R&D 투자로 방위산업을 인공지능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 3천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22분 진행된 약 6200자 분량의 연설에서 AI를 총 28회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17회), 지원(15회), 투자(12회), 성장(11회), 미래(9회), 경제(6회) 등의 단어도 여러 차례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