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대면 진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전쟁범죄·쿠데타 같은 한 국가의 역사적 과오나 유혈 사태는 대부분 ‘군의 이름’으로 행해졌다. 그때 군의 진술은 국가폭력의 진상을 밝히는 무게 있는 증언일 수밖에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한 목격 군인들의 진술은 군 발포 명령을 추적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나치 전쟁범죄를 단죄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증인으로 선 독일군 고위 장성들은 “나는 명령을 받았지만 그 명령이 범죄인 줄 알았다”고 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상명하복이라도 불법 명령은 거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데도 이들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법정에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굳은 표정으로 섰다.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 후 김용현·이진우·여인형 등이 모인 관저 만찬이 단순한 술자리였다고 한 윤석열의 말에 곽 전 사령관은 작심 발언을 토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일부 정치인들을 호명하면서 (윤석열이) 당신 앞에 잡아오라 그랬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 충격적인 폭로였다.
이 폭로가 사실이면 당시 야당 지도부 등에 대한 살상 음모가 담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의 신빙성도 커진다. 곽 전 사령관 증언에 한 전 대표는 “참담하고 비통하다”며 “지난해 10월1일 무렵은 김건희 여사 단속을 위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청했을 때”라고 했다. 윤석열은 지난달 31일 재판에서 ‘피의자 김건희’를 여사라고 부르지 않았다고 특검을 쏘아붙였다. 결국 ‘김건희 비호’를 위해 여야의 눈엣가시와 정적을 제거 대상으로 삼고, 내란을 일으켰다는 것 아닌가. 곽 전 사령관이 전한 윤석열의 말을 “친구들끼리 흔히 하는 농담”이라고 두둔한 이진우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의 궤변은 내란과 결별하지 못한 제1 야당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곽 전 사령관 역시 내란의 밤에 군을 이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역사의 법정은 그의 양심을 기억할 것이다. 인종차별 정책에 앞장선 남아프리카공화국 군인들이 법정에서 “우리는 국가를 지킨다고 믿었지만 그건 공포를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한 고백이 민주주의 회복의 길을 열었던 것처럼. ‘제2·제3의 곽종근’이 더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