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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악을 윤허받아 기쁜가

입력 2025.11.04 19:58

수정 2025.11.0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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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민주당은 명비어천가를 부르고, 국민의힘은 아무 말 대잔치다. 내란 잔당의 정부 비난은 너무 저열해서 “한국의 우익에게는 이념이나 사상이 없다”던 어느 학자의 수년 전 비평이 새삼 떠오를 정도다. 전문성도 수권 능력도 남아 있지 않은 구체제 세력이 지금이라도 트럼프 반대 투쟁에 나선다면 최소한의 일관성은 인정해줄 만하다. 분명한 사실은, 이 말도 안 되는 120년 만의 을사국치 협상은 트럼프 제국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최악 대신 차악을 ‘윤허’받고 기뻐하는 민주당의 자화자찬은 위선이다. ‘노 딜’이 낫다며 권력 주위를 맴돌다가, 선방했다며 태세 전환한 소위 전문가들은 참혹할 지경이다.

이제라도 협상 결과의 위험 요소를 정확히 짚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때다. 한국 정부의 2000억달러 대미 투자에 약정 기한과 집행 기간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부터 조심해야 한다. 투자 대상 사업을 확정하고 약정을 체결하는 기한은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이다. 달러 자금이 유출되는 집행 기간은 사업의 기성(진척 정도)에 따라 10년보다 길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2000억달러 전액이 미국에 투자된다.

투자 수익의 분배에 관해 한국은 원금을 못 건진 상태라도 수익의 절반밖에 가져오지 못하지만 미국은 한 푼도 투자한 것 없이 수익의 절반을 챙긴다. 원금 회수 후 미국 몫은 더 늘어날 듯하다. 기실 사업성이 양호한 자국 내 투자 사업이라면 미국 자본이 알아서 투자하려고 들 것이다. 한국에 배정되는 대미 투자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머지 사업일 공산이 크다.

정부는 20년 이내에 원금 회수가 어렵다고 예상되는 사업의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20년이라는 회임 기간은 모든 투자 대상에 일괄 적용하기에는 너무 길다. 투자 사업이 실패할 때 원금 회수의 현실적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표면상 우리 측 동의로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추려진 사업이니 미국으로서는 신용 보강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 상업적 합리성의 검토에 있어서도 막상 결정권을 가진 투자위원회는 미국이 위원장을 맡는다. 돈을 대는 한국이 위원장을 맡는 협의위원회가, 미국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통로로 전락하지 않고 투자위원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협상 결과의 경제 효과에 대한 우려도 지울 길 없다. 천문학적인 규모로 미국에 자금을 바치는 마당에 산업공동화와 재정 자원 손실이 걱정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10대 제조업에서 국내 투자는 2023년과 2024년에 800억달러를 초과했다. 이번에 합의된 3500억달러 대미 투자는 그 4배를 넘는다. 주력 산업의 국내 투자 4년 치보다 많다. 2020~2024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연평균 206억달러였다. 이번에 연간 한도 200억달러 규모의 정부 투자만 더해도 전체 대미 투자는 두 배가 된다. 지난달 29일 백악관 발표 ‘팩트시트’에 따르면 항공·방산, 에너지·원자력 등 분야에서 한국 자본의 현지 투자만도 수백억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여기에 7월 말 현대차, SK 등의 자동차, 반도체 등 투자 약속이 추가된다. 한국 자본의 국내 투자 여력이 줄어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구조에 공백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정부의 대미 투자도 가용 재정 자원을 포기하면서 이루어지기에 위축된 공공서비스 공급을 확충할 기회가 상실되는 셈이다.

작년 말 외환보유액 중 달러 자산은 약 3000억달러다. 원래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은 외환보유액으로 쌓인다. 반면 운용 수익을 인출해 딴 데 쓰면, 늘어나야 할 외환보유액이 늘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대미 투자는 외환보유액을 사실상 줄인다. 운용 수익은 변동성이 크다. 2022년 이후 미국 금리 인상을 배경으로 운용 수익이 늘었지만 계속 그런다는 법은 없다. 2014~2024년 10년간 외환보유액 증가가 520억달러에 그쳤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외화자금을 별도로 조달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앞으로 10년 넘게 매년 쌓이는 달러 빚을 노예처럼 갚아야 한다.

경상수지가 작년에는 1000억달러였지만 2022년이나 2023년은 300억달러에 그쳤다. 향후 무역 질서 재편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로 인해 그 가변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가운데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 유출과 대미 투자 기금의 채권 발행이 반복되므로 한국 경제의 대외적 불안정성은 확대되기 쉽다. 상전한테서 차악을 윤허받았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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