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는 천한 재주로 남을 속이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하찮아 보이는 재주도 어딘가에는 쓰일 데가 있으니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맹상군은 빈객이 수천명이었다고 전한다. 빈객은 능력을 인정해 의식주를 전적으로 제공하며 수하에 거느리는 인재 집단을 가리킨다.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참모진도 있고 행동대원을 자처하는 협객들도 포함되었다.
맹상군은 어떻게 많은 인재를 모을 수 있었을까? 물론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경쟁적으로 빈객을 유치하던 당시에 더 유능한 이들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살 필요가 있었다. 맹상군은 식객들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믿음을 주었고, 첫 면담 자리에 비서진을 숨겨두어 고향에 있는 친지들에게 실시간으로 예물을 보내게 함으로써 이를 알게 된 식객들이 저마다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여기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모은 인재들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계명구도라는 성어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를 기록한 사마천의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계명구도의 속임수로 진나라를 빠져나온 일행이 조나라를 지날 때, 자신의 외모가 생각보다 별로라며 시시덕거리는 이들을 보고 맹상군이 화를 내자 빈객들이 그 고을 사람 수백명을 몰살해버린 사건이 이어진다. 그리고 열전을 마무리하면서 사마천은 맹상군이 살던 곳을 답사해보니 여전히 난폭한 젊은이들이 많더라면서 역시 이름이 헛되이 전하는 게 아니라고 일갈했다. ‘명불허전’의 출전인데, 명성이라기보다는 악명의 느낌이 강하다.
우수하고 다양한 인재를 모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한 일이다. 관건은 그 인재를 모아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있다. 맹상군의 경우 그 좋은 인재 집단을 그저 자존심 지키고 일신의 안위를 확보하는 일에 사용하는 데에 그쳤다. 국가든 기업이든 긴 안목으로 다음의 행보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안에 급급하지 않고 비전을 제시할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온통 실리의 방법만 거론되는 가운데 성찰은 그 필요조차 잊혀가는 건 아닌지, 옛이야기에 보태서 건네보는 책상물림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