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 영입 계획했던 키움, 은퇴 발표에 ‘잔류군 선임코치’ 신설
박병호 “해보고 싶은 일은 지도자뿐…새로운 목표 만들어갈 것”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왕 박병호가 은퇴 뒤 키움으로 돌아가 코치로 새출발한다. 키움에서 활약하며 5번째 홈런왕에 오른 2019년 박병호의 모습. 연합뉴스
여름이 지나갈 즈음, 박병호(39)는 마음속에 은퇴를 떠올렸다. 불혹이 된 박병호의 2025년은 매우 저조했다.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박병호에게는 어쨌든 현역으로 계속 뛰기를 시도해볼 여지가 있었지만, 박병호의 마음은 굳어졌다.
소속팀 삼성은 치열한 순위싸움 중이었다. 박병호는 조용히 마무리했다. 구단에만 뜻을 전달했고, 격렬했던 삼성의 가을야구에서 대타로 뛰고 벤치에서 격려하며 그라운드의 마지막을 느꼈다.
지난 3일 삼성이 박병호의 은퇴를 발표하자 많은 이가 박병호도 자연스레 방송가로 이동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이미 코치 데뷔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코치 박병호로 출발하는 둥지는 그가 홈런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팀 키움이다. 키움은 4일 박병호를 잔류군(3군) 선임코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박병호는 선수 생활 중에도 늘 “지도자의 꿈이 있다”고 말해왔다. 자신이 힘겨운 무명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고교 거포였던 박병호는 2005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막상 프로에서 터지지 않아 2군에서 오랜 시간 뛰었다.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현 키움)으로 갔고 4번 타자를 맡아 잠재력이 폭발했다. 2012년 홈런왕에 오르면서 이후 KBO리그 홈런왕 역사를 바꾼 주인공이 됐다. 방황의 시간이 길었던 박병호는 기술적으로도, 멘털적으로도 겪은 바가 많고 여러 지도자의 다양한 코칭을 경험했다. ‘좋은 코치’가 되는 것은 힘든 청춘을 지났던 박병호의 은퇴 후 첫 번째 목표였다.
2021년 시즌 뒤 FA가 됐던 박병호를 잡지 못한 키움은 이번에 박병호를 FA 계약으로 영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박병호는 이미 은퇴하기로 했고, 지난주 소식을 접한 키움은 코치직을 제안했다. 이미 1·2군 코치진 구성을 마친 상태였던 키움은 잔류군에 선임코치직을 만들었다. 잔류군은 사실상 육성의 첫 단계다.
키움 구단은 “잔류군 선수들은 전부 어리다. 박병호 같은 레전드가 코치로서 지도한다면 훈련 분위기부터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KBO리그 각 구단은 현재 코치 구인난에 시름하고 있다. 시대를 주름잡은 선수 출신들은 전부 방송 해설위원 혹은 예능프로그램으로 몰려가 있다. 코치들은 선수들에 비해 훨씬 적은 보수를 받고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높은 연봉을 받던 선수일수록 고생만 하고 보수는 낮은 코치직을 외면한다. 방송사들의 영입 경쟁도 비시즌 진풍경이다.
박병호는 프로야구 최다 홈런왕(6회)이며 유일한 2년 연속 50홈런 기록을 가졌다. KBO리그 역사에 남을 레전드 거포다. 그러나 스타들이 은퇴와 동시에 모두 등 돌린 그라운드를 박병호는 유일한 선택지로 삼았다. 박병호 정도의 특급 스타가 은퇴와 함께 코치로 직행한 사례 자체가 최근에는 없었다.
은퇴 발표 이후 박병호는 통화에서 “선수로서는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했고 시즌 중 현실을 많이 느꼈다. 은퇴 후 해보고 싶은 일은 지도자 외에는 없었다. 이제 키움을 새 직장으로 생각하고 새 경력을 쌓는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또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