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사태’ 주장 수용 불투명
대통령 권한 위임 범위도 쟁점
무효 때도 다른 법으로 유지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국가별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심리가 곧 시작된다. 상호관세가 이미 시행 중이고, 한국 등 일부 국가가 관세율을 포함하는 내용의 무역합의를 미국과 타결한 현실을 고려할 때 대법원이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대법원이 5일 구두변론기일을 열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의 적법성을 따지는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 적자라는 비상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100여개국에 10~5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IEEPA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 부과 권한까지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비상사태 개념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타라 리 그로브 텍사스대 법학과 교수는 “대법관들이 장기적인 무역 적자를 비상사태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반면 존 사우어 미 법무부 송무 담당 차관은 “비상 대응이 필요한 외교 상황에 관해 법원이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회가 관세와 같은 입법부의 고유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했는지도 쟁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라는 단어는 IEEPA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며 “미 헌법에 따라 과세할 수 있는 주체는 의회뿐”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대법원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이 9명 중 6명으로 다수인 점은 변수로 꼽힌다.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 행사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날 트루스소셜에서 대법원 심리에 관해 “미 대법원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중대한 판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관세라는 힘을 신속하고 민첩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경우 관세로 1000억달러(약 144조원) 이상의 수입을 거둔 미 행정부가 이를 환급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과 관세합의를 맺은 국가들에도 혼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이미 징수된 관세를 환급하는 것은 대공황과 유사한 경제적 파탄, 무역협상 중단, 외교적 난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로 관세가 무효화되더라도 다른 법률을 적용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