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그세스, 안규백과 SCM…‘전략적 유연성’ 언급도
한국과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만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한 양국의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국 국방비를 인상하고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등 한·미 동맹 현대화를 두고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양국 장관의 협의 사안이 담긴 공동성명은 한·미 관세 및 안보 협상 결과 ‘팩트시트’(설명자료)가 발표된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SCM은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정책을 협의 및 조정하는 양국 국방 분야 최고위급 기구다. 이번 SCM은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열렸다.
양국 장관은 이번 SCM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논의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드린다”며 “군 당국에선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한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두고 “(핵추진 잠수함이) 한국의 자체 방어 능력만 아니라 우리 한·미 동맹에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핵추진 잠수함 관련 후속 협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 국무부나 에너지부 등 다른 유관 기관과 계속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핵물질 등 핵 정책을 담당하는 에너지부의 승인과 국무부를 통한 한국과의 별도 협정 마련 가능성 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국은 조선업에서 세계적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 정부는 잠수함만 아니라 전투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더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 관련 내용은 SCM 공동성명에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장관은 한·미 동맹 현대화 방안과 관련해 한국의 국방비를 인상하고 방산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헤그세스 “확장억제 변함없이 제공”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정부가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핵심적 군사 능력인 미사일, 사이버, 그리고 필수 능력 부분에서 군사적 투자를 강화하기로 말씀하신 것에 대해 많이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는 구체적으로 2035년까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올리는 방향으로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방부는 매년 7.7%의 국방비를 늘려 2035년 이전에 미국 측에서 요구한 GDP 대비 3.5%의 국방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미의 대북 공동 대응을 재확인하면서도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역내에 다른 어떤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북 재래식 방어에서는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 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이 대북 재래식 위협 대응을 주도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다만 “한국에 확장억제를 변함없이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북핵 위협 대응 방침은 유지했다.
SCM 공동성명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안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가 진행 중인 관계로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