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 점검단이 지난 9월 국회에서 연 이행점검 결과 발표 및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비공개 증인이 증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쿠팡 퇴직금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 후보 추천에 관여하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현역 쿠팡 임원이 비상근 간부로도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협 회장은 상설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기에 변협 간부가 추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협 회장은 상설특검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대법관 등의 후보 추천권도 갖는만큼 이참에 변협이 내부적으로 이해충돌 회피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변협 집행부 간부 2명은 현재 쿠팡에서 상무급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보좌진으로 일하다 쿠팡으로 이직했다. 변협에는 올해 초 김정욱 회장이 취임하면서 비상근 임원으로 합류했다.
두 변호사는 원래 쿠팡의 국회팀과 사회공헌(CSR)팀에서 근무했는데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변협의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한 뒤 국회팀 변호사는 소속팀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상설특검 후보는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정한다. 변협회장은 추천위원회(7명)의 당연직 위원이다. 수사 대상 기업의 임원이 변협을 통해 수사 주체인 특검 후보를 선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추천위는 특검 후보자 2명을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첫 상설특검이었던 세월호 특검 당시 이종엽 변협회장은 별도로 변협 차원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지만, 추천위원장을 맡아서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당시 추천위에선 특검 후보 지정과 절차를 놓고 위원들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추천위는 세 차례 회의에 걸쳐 예비후보자 6명 가운데 최종 후보 2명을 추려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변협회장은 국회 등으로부터 특검 후보 추천 요청이 있을 때, 통상 내부 협의를 거쳐 후보를 추천해왔다. 대법관 후보 등을 추천할 땐 내부 위원회인 사법평가위원회 절차를 거치지만, 상설특검과 관련된 절차는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고 이해관계자 회피 규정도 없다.
상설특검법 관련 규정으로도 변협 내부 임원들 간 이해관계를 배척하기는 어렵다. 특검후보추천위 구성 및 운영 규칙(국회규칙)은 수사 대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을 심사에서 제척·회피하도록 하지만, 이는 위원 개인에게 적용돼 변협 내부 임원들의 간접적인 영향력을 제한하기엔 범위가 좁다.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지자 변협 관계자는 “(국회로부터) 특검 후보 추천 요청이 들어온다면, 중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법평가위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특정 임원 한두 명이 후보 추천을 좌지우지할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변협 임원 중에는 쿠팡에서 대관 업무를 하는 이들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위원회는 외부 위원 등을 비롯해 10~40인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과거 사평위에 참여했던 법조계 인사는 “변협 회장 권한이 절대적이라 사평위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고, 소수 임원 의견이 반영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변협 집행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집행부 고위 임원 중에 (특검 대상) 사건 변호인이 있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이해관계인을 제외했는지 등의 조치사항이 중요한데, 이를 변협에서 선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협 임원 출신의 다른 변호사는 “사실 변호사가 (특검 사건의) 변호인이 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으므로 (이해충돌 소지를) 사전에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변협 내부 규정으로 방지책을 제도화하고 법무부도 변협의 이해충돌 소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특검 결정 수개월 전 이미 채용이 진행·완료된 직원들로 해당 업무와 전혀 무관한 직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