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사이버 범죄 수익 자금 세탁하는 데 관여한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 소재 기관 2곳을 새롭게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은 북한 정권이 제재망을 피해 국제적으로 사이버 범죄를 벌이고, 그 수익을 핵·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일환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일(현지시간) “사이버 범죄와 정보기술(IT) 노동자 사기 등 북한의 다양한 불법 공작을 통해 발생한 자금 세탁에 관여한 개인 8명,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재무부에 따르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국적의 장국철과 허정선은 가상자산 530만달러(약 76억5300만원)를 포함한 자금을 관리해왔으며, 이 자금 중 일부는 과거 미국을 표적으로 삼았던 북한 랜섬웨어 조직과 연계돼 있다.
북한 소재 IT 기업인 조선만경대컴퓨터기술회사와 회사 대표인 우영수도 제재 대상에 추가됐다.
이 회사는 중국 선양과 단둥 등 최소 2개 도시에서 IT 인력 파견 조직을 운영하며, 중국 국적자를 금융거래 대리인으로 활용해왔다.
북한 소재 금융기관인 류정신용은행은 중국과 북한 간의 제재 회피 활동을 위한 금융 지원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돼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허용철, 한홍길, 정성혁, 최춘범, 리진혁 등 중국 또는 러시아에 기반을 둔 북한 금융기관 대표자들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미국 제재 대상인 북한 금융기관을 대신해 자금 송금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재 대상이 된 개인 및 기관은 미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되며 미국 내 거래 역시 금지된다.
존 K 헐리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은 “북한 정권은 핵무기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정권이 후원하는 해커들을 동원해 돈을 훔치고 세탁하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의 무기 개발을 위한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미국과 국제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범죄자들이 탈취한 금액은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가상화폐를 표적으로 삼았고 때로는 고도화된 악성코드 등 첨단 수법을 활용했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이 위장 취업한 IT 인력, 디지털 자산 절도, 제재 회피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을 세탁하고, 이를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에 기반을 둔 은행 대표, 금융기관, 유령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날 미 국무부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해가며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에 대해 유엔 제재 대상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30일 방한 계기에 열리기를 기대했던 북미 정상회동이 불발된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에 대한 발표를 이어가면서 그 배경과 향후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