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통일교 측으로부터 청탁용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샤넬 가방 2개를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했다. 다만 그라프 목걸이는 받지 않았고, 가방 선물 역시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 여사의 법률대리인단은 5일 입장문을 내고 “김 여사는 전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통일교와의 공모나 어떠한 형태의 청탁, 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히 부인한다”고 했다. 김 여사 측은 지난 3일 법원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여사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 목적의 샤넬 가방 2개 및 그라프 목걸이, 천수삼 인삼차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됐다. 통일교와 김 여사를 잇는 역할을 한 전씨는 그간 김 여사에게 이같은 선물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 최근 자신의 재판에서 이를 시인했다. 또 선물을 전달할 때마다 김 여사와 통화해 ‘잘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증언했다.
대리인단은 “김 여사는 처음에는 가방을 거절했으나 전씨의 설득에 당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더 엄격해야 했음에도 전씨와의 관계에서 끝까지 이를 거절하지 못한 잘못을 통감한다”면서 “해당 선물들은 사용한 바 없이 이미 과거에 전씨에게 모두 반환했다”고 밝혔다.
전씨 측은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선물들을 지난해 돌려받아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 후 특검에 김 여사가 받은 뒤 교환한 샤넬 구두 1개 및 샤넬 가방 3개, 그라프 목걸이를 임의 제출했다. 특검에 따르면 물품들은 파손돼 있진 않았지만 구두의 밑창이 헤진 등 사용한 흔적은 남아있었다고 한다.
대리인단은 김 여사가 샤넬 가방을 받은 사실은 맞지만 이는 청탁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대리인단은 “특검은 금품 수수의 대가로 여러 청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청탁은 김 여사에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구체적 직무권한과 무관하며, 단지 막연한 기대나 호의 수준의 언급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는 이번 일을 통해 공직자의 배우자로서의 무게와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절실히 깨닫고 국민의 꾸지람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한 점의 거짓 없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그간 전씨를 통해 받은 명품 수수 의혹을 모두 부인해 왔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여사가) 그동안 특검 수사나 공판에서 보여줬던 것들이 거짓이란 의미인데, 모순되고 거짓된 태도를 염두에 두고 남은 공판에서도 혐의사실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여러 관련자 조사 및 문자메시지 등 청탁이 충분히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있고 청탁 여부에 대해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중으로 김 여사의 보석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김 여사는 어지럼증과 불안 증세 등의 건강상 사유로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며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 여사의 보석 심문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여사에 대한 1심 재판 절차는 오는 26일 마무리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오는 14일까지 증인신문 절차를 마무리한 뒤 19일 특검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한 서증조사, 26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결심공판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상 진행 상황에 비춰보면 선고 결과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