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트라센(An) 기반 전해질의 작용 원리.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전기차의 고전압 배터리 수명을 2.8배 늘리고 폭발 위험은 낮출 수 있는 젤 형태의 전해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교수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 정서현 박사,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황치현 박사팀과 함께 고전압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안트라센 기반 반고체 젤 전해질(An-PVA-CN)’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고전압 배터리는 4.4V 이상으로 충전되는 리튬이온전지로, 같은 부피에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어 장거리 주행용 전기차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충전전압이 높아질수록 하이니켈 양극의 산소가 불안정해지면서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이 활성산소는 가스를 발생 시켜 배터리 폭발 위험을 높이고 수명을 줄인다.
이번에 개발된 전해질의 안트라센(An)은 전극 표면의 불안정한 산소와 결합해 활성산소의 ‘씨앗’이 되는 산소 이합체 형성을 막고, 이미 생성된 활성산소까지 포획·제거하는 이중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전해질의 또 다른 성분인 니트릴(-CN) 작용기는 양극의 니켈 금속을 안정화해 니켈이 녹아 나오거나 양극 구조가 변형되는 것을 막아준다.
새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는 4.55V의 고전압 충전 조건에서 500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용량의 81%를 유지했다. 기존 배터리는 180회 만에 용량이 80% 이하로 떨어졌다. 배터리 용량이 초기의 80% 이하로 떨어지면 수명이 다했다고 보기 때문에 수명이 2.8배 증가한 셈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송현곤 교수는 “고전압 배터리의 산소 반응을 ‘전해질 설계’ 단계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 원리는 향후 항공우주용 경량 리튬이온전지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5일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 온라인판에 실렸다.
왼쪽부터 송현곤 UNIST 교수, 정서현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황치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 이정인 UNIST 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