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제공
한국 선박 상당수가 국제 탄소집약도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운항 중단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탄소 감축 로드맵을 세웠지만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아 탄소규제로 인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 해운사, IMO 탄소집약도지수 평가 낮아
기후솔루션이 5일 전 세계 100대 해운사의 ESG 공시 및 감축 현황을 비교·분석해 발표한 보고서 ‘탄소중립 시대, 국내 해운사는 준비되었는가’를 보면, 한국 탱커선의 11.7%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CII는 매년 각국 정부가 조사해 IMO에 보고하고 있으나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기후솔루션은 CII 규제를 토대로 자체 데이커를 구축해 등급을 추정해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국내 해운사가 직접 소유한 선박 외에 직간접적으로 임대·운영하고 있는 모든 선박이다.
기후솔루션은 “한국 탱커선의 약 11%가 이미 당장의 운항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기후 규제 리스크에 노출된 셈”이라며 “해당 선사뿐 아니라 수입 원유에 의존하는 후방산 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포장이나 상자 없이 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 역시 4척 중 1척 이상이 D등급 이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선박이 3년 연속 D등급이거나 1년 이상 E등급일 경우 시정 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 절차를 밟지 않으면 운항 제한을 받을 수 있다. CII 기준은 해마다 강화되고 있어서 추가 조치 없이 현 상태로 운항한다면 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솔루션 제공
국내 해운사들은 저마다 탄소 감축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계획에 그칠 뿐 현장 이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해운사들의 탄소감축 로드맵과 IMO 규제 대응 계획 등 전략·공시 부문은 평균 이상으로 평가 받았으나 대체연료 추진선 도입, 연료전환 일정, 이중연료선 개조 등 실행 관련 정보는 부족했다.
특히 국내 주요 선사 가운데 대체연료 사용 비율을 명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연료 소비량과 배출량 등 기초 데이터의 공개 수준도 낮았다. 기후솔루션은 “이는 한국 해운의 구조적 문제”라며 “공시와 이행 간의 격차가 클수록 실제 탄소 비용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0월 예정됐던 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ZF)’ 채택이 1년 연기돼 탄소요금 부과는 미뤄졌지만, EU 배출권거래제(ETS) 등 규제는 예정대로 시행될 예정이다.
한주은 기후솔루션 해운팀 연구원은 “IMO 중기조치 채택이 미뤄졌다고 대응을 늦출 수는 없다”며 “한국 해운 업계는 유예된 1년을 잘 활용해 CII·EEXI·운항최적화 같은 단기조치와 연료전환이라는 장기 전략을 아우르는 실행계획을 즉시 이행하고, 비용과 시장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정부는 2023년부터 탄소집약도 규제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국적선사 대상 기술컨설팅 등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건조 시 비용 일부를 보조하는 지원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