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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피해자인 청소년 A양(17)은 2023년 집을 나와 ‘청소년쉼터’에 입소했다. 그러나 낯선 또래들과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었고 곧 쉼터를 나와 지인 집·무인카페 등을 전전했다. A양은 결국 홀로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워 지역 ‘청소년 자립지원관’에 지원을 신청했는데 “지원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 이유는 ‘나이가 어려서’였다. A양은 지금도 서울·부산의 지인 집을 오가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A양의 사연은 ‘가정 밖 청소년’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청소년 주거상황 실태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된 사례다. 이 단체의 변미혜 활동가는 “(A양처럼) 나이를 이유로 자립지원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밝혔다.
자립지원관은 청소년복지법에 따라 전국에 13개소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청소년쉼터 등 시설 지원을 받았지만 가정 등으로 복귀가 어려운 청소년의 자립을 지원한다. 비숙박형인 ‘이용형’과 숙박형 시설인 ‘혼합형’으로 구분되는데, 이용형의 경우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교육·취업이나 주거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9세 미만 청소년은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설명이다. 주무부처인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1월 발간한 ‘2025년 청소년사업 안내’를 보면 자립지원관 이용 대상은 청소년쉼터 등을 퇴소했거나 퇴소 예정이면서 자립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인데, ‘19~24세를 우선 지원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9세 이상 24세 이하다.
성평등가족부(옛 여성가족부)가 지난 1월 발간한 ‘2025 청소년사업 안내’의 청소년 자립지원관 운영 안내. 성평등가족부 홈페이지 갈무리
19세 미만 청소년도 시설 이용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실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성평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지난 8월까지 16~17세 청소년 13명이 자립지원관을 이용했다.
그러나 변 활동가는 A양처럼 나이를 이유로 발길을 돌리는 청소년들이 더 많다고 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이 확인한 다른 청소년 B군(17)도 마찬가지였다. B군은 부모의 양육 거부로 청소년쉼터와 지인 집을 오가다 집을 구했다.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임금이 적어 자립이 어려웠다. B군 역시 자립지원관의 문을 두드렸는데 연령이 걸림돌이 됐다.
변 활동가는 지난 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설 입소보다 독립적 생활이 더 필요한 가정 밖 청소년들도 많다”며 “나이 때문에 자립지원관 이용이 제한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19세 미만 청소년들도 자립지원관을 더 넓게 이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정원 제한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우선지원 지침을 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19세 미만은) 쉼터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우선지원 지침을 둔 것”이라며 “19세 미만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정원 등 한계 때문에 반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9세 미만 청소년도) 더 넓게 자립지원관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며 “현재 13개소인 자립지원관을 더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