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국무회의 뒤늦게 참석한 박상우 전 장관
“회의 참석만 했을 뿐…무게감 있는 상황 아니었다”
최상목·이상민 증인 불출석…재판부 “다시 부를 것”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를 만류하지 않고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알지 못한 상태로 국무회의에 소집된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며 특별검사 수사를 받으면서 변호사 비용 등을 지출하며 큰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5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공판을 열고 박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오후 9시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국무위원 6명을 추가로 부르라’고 지시한 이들 안에 포함됐지만 교통 상황 등으로 계엄이 선포된 후에야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도착했다.
박 전 장관은 앞서 증인으로 나왔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접견실에 모인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을 설득하거나 계엄에 반대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는 대접견실에 모인 국무위원들이 “패닉 상태”였고, “다들 쭈삣쭈삣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회의 자리에서 증인은 어떤 말을 했냐’고 묻는 특검 측 질문에 “저는 입 한 번도 안 뗐다”며 “대화에 끼어들 만한 맥도 못 잡았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증인은 계엄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냐”고 직접 묻자 박 전 장관은 “전혀 (아니다)”라면서 “계엄은 어느 국민이 생각했겠나”라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생각지도 못한 계엄이었는데 아무 말도 없이 나온 거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참석했다뿐이지, 무게감 있게 (계엄 관련 논의를) 다루거나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적 책임을 떠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하냐”고 되물었다. 이에 박 전 장관은 “저희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며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검찰에서 두 번 조사를 받고, 변호사비도 들고, 법정에도 나왔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라고 했다.
이후 재판부는 박 전 장관 신문을 마무리하면서 “수사도 받게 되고 변호사 비용도 들었다는 말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하면 이해될 것 같은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고, 대통령을 모시는 국무위원으로서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아까 한 말은 저희도 그 와중에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출석하지 않아 불발됐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재판 하루 전날 증인 소환 통보를 받았고, 자신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갑작스러운 소환에 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 소환일을 오는 19일 오전 10시로 다시 정해 구인영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최 전 장관의 경우 소환장이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시 기일을 정해 주소지로 소환장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제재 요건에 해당하면 제재할 것”이라며 “내란 특검법에 따른 신속 재판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