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도덕적 비판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상곤 부장판사)는 5일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 대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 승무원과 일반직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인사팀에 추천하고, 자격 미달자나 불합격자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해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점수 미달 지원자 147명 가운데 76명이 최종 합격했다며, 이 전 의원이 인사 담당자에게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 측은 “기업 내부의 인재 추천 절차를 ‘위력’으로 본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청탁으로 볼 만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장기근속 직원을 확보하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의 지시를 ‘인사담당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위력’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인사담당자에게 채용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언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사 담당자들이 단순히 압박감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자유의사가 제압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규 직원 채용의 최종 합격자 결정은 대표이사의 권한이며, 인사 담당자의 업무는 전형 결과 보고로 종료된다”며 “피고인들이 평가 점수를 조작하거나 순위를 변경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어 인사담당자의 고유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의 행위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스타항공 채용 과정에 부적절한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