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시 브루클린의 PS 20 클린턴힐 학교에서 투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대 ‘무슬림 사회주의자’인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진보적 성향의 정치 신인이 미국 자본주의 심장부인 뉴욕시 최초의 무슬림 시장에 오른 것이다. 맘다니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지방선거 개표에서 줄곧 50% 안팎을 유지해 3선 뉴욕 주지사 출신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에 승리했다. 미국 전역의 ‘노킹스’ 시위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적 국정에 반대하는 여론이 맘다니 당선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진보 정치인 맘다니가 경제도시 뉴욕의 수장이 된 의미가 적지 않다. 아파트 임대료 동결 등 고물가 대책, 무상보육·무료버스·부자증세처럼 불평등 해소를 앞세운 서민 공약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사람들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의 소신이 대기업·기득권 중심의 트럼피즘에 균열을 낸 셈이다. 당선 확정 후 맘다니가 “나는 민주사회주의자”라 한 것도 미국 정치의 변화를 예고한 장면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50개 이상의 모스크를 방문해 무슬림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다. 대학 시절부터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했고, 선거 중에 “시장이 되면 네타냐후를 체포하겠다”고 해 미국 주류로부터 ‘반유대주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맘다니의 선거 승리는 9·11 테러 후 뉴욕을 지배해온 무슬림 혐오의 벽을 허문 것이고,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과 이스라엘 지원 정책의 반발 여론을 확인한 걸로도 볼 수 있다.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미국 민주당은 뉴욕 외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도 모두 승리했다.
‘맘다니 효과’는 미국 진보 정치의 확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공약한 서민 복지 확대, 경제적 평등 정책이 민주당의 진보적 노선을 강화할 수 있고, 미국 정치의 소수·이민자 대표성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험난한 현실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공산주의자’라며 연방자금 지원 중단을 엄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탄압, “반유대주의와 자유시장경제 파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를 ‘악마화’하는 정치공세도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맘다니는 지난달 28일 마지막 유세에서 “우리는 올리가르히(기득권 계층)에 굴하지 않고 삶의 존엄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승리가 배타적·분열적인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맞서 미국 사회의 진보적 다양성과 통합을 확대하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