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시장 ‘새 역사’가 된 맘다니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브루클린서 열린 당선 축하 행사에서 손을 흔들며 지지자들 환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 미국 민주당 후보(34)가 4일(현지시간) 미 최대 도시이자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의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1898년 이후 최연소 뉴욕시장이자 최초의 무슬림, 남아시아계(인도), 아프리카(우간다) 태생 뉴욕시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부자 증세, 저소득층 복지 확대 등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운 그가 당선된 것에 대해,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이날 뉴욕시장 선거 개표가 91% 진행된 상황에서 맘다니 후보가 득표율 50.4%로 당선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41.6%,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는 7.1%를 얻었다.
맘다니 당선인은 승리를 확정한 후 지지자들에게 “통념대로라면 나는 완벽한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나이를 더 먹으려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젊다. 또 무슬림이며 민주사회주의자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이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맘다니 “뉴욕, 배신한 트럼프를 이기는 법 보여줘”
그는 “뉴욕시민은 변화를 위해 오늘 밤 내게 (권력을) 위임했다”며 “나는 매일 아침 ‘이 도시를 전날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비판했다. 그는 “뉴욕은 이민자들의 도시”라며 “트럼프에게 배신당한 나라에 그를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그를 낳은 도시인 뉴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맘다니가 당선된다면 뉴욕시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선거에 개입했지만 그의 당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선거에는 2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해 1969년 이후 가장 많은 투표수를 기록했다. 2021년 뉴욕시장 선거 투표수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맘다니 당선인은 청년과 고령층, 흑인, 라틴계, 중산층, 고소득층 유권자의 지지를 두루 받았다. 뉴욕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생활물가 안정, 무상보육 도입, 부자 증세 등 그가 제시한 공약에 많은 유권자가 공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선 축하 파티가 열린 브루클린의 한 극장 앞에서 만난 애비 스타인은 맘다니 지지 이유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반트럼프’ 슬로건을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