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긴축 신호에 강달러 지속
대미 투자 의구심도 시장에 영향
글로벌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5일 장중 1450원을 찍으면서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2조원 이상 순매도하고,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 중장기적으로 볼 때 원화에 호재일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5원 오른 1449.4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11일 1449.9원(주간 종가)을 기록한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6원 높은 1443.5원으로 출발한 뒤 오름폭을 키워 오후 3시28분쯤 1450원을 찍었다. 장중 1450원 역시 지난 4월11일(고가 1457.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의 핵심 요인은 글로벌 달러 강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약 3개월 만에 1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이 이틀 연속 2조원 이상 순유출된 것도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시장 안팎에선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나온 대미 투자금액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대미 3500억달러 투자 방식에 대한 합의가 외환시장에 부담을 크게 경감시켰다고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막대한 금액이 국내가 아닌 미국에 투자되는 것이 과연 원화에 호재인가라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향후 대미 투자가 실제로 집행될 경우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으로 고착화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 연준이 다음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환율이 1500원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