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버지니아 등 유권자 과반 “반트럼프”…민주당 ‘생활비 공약’ 효과
AP 사진/알렉스 브랜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의 첫 중간평가로 주목받은 ‘미니 지방선거’ 핵심 격전지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동력을 확보했다.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당선됐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후보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개표율 97% 기준 57.5% 득표율로 공화당 후보 원섬 얼시어스 부지사(42.3%)를 이겼다.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개표율 95% 기준 56.2%를 확보해 공화당 후보 잭 치타렐리 전 뉴저지주 의원을 눌렀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하는 안이 유권자들의 동의로 통과됐다.
민주당 후보들은 유세 과정에서 ‘반트럼프’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스팬버거 당선인은 버지니아에 연방 공무원들이 많이 산다는 점에 착안해 선거운동 기간 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공무원 감축을 비판했다. 그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승리 연설에서 “워싱턴이 버지니아주 노동자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한다면 버지니아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맘다니 당선인도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이미 합법인 것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제 이런 위협을 가하는 깡패들에게 맞서야 할 때”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도록 하는 주요 요인이 됐다. CNN이 이날 보도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욕, 버지니아, 뉴저지, 캘리포니아 유권자의 과반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물가 안정, 경기 회복 등을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이 공화당의 패인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은 유권자 대부분이 경제를 주요한 문제로 꼽았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과 범죄 등의 의제에 집중해왔다고 짚었다. AP 여론조사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유권자 절반은 경제가 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고, 뉴욕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생활비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폴리티코는 맘다니 당선인이 임대료 동결을 내세웠으며, 스팬버거 및 셰릴 당선인이 생활비 문제와 공공요금 인하 등 생활경제와 밀착한 공약을 내건 것이 민주당의 승리 요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SNS 트루스소셜에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이 오늘 선거에서 패배한 두 가지 이유는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았고,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선거 패배의 책임과 거리를 뒀다.
반트럼프를 내세운 민주당이 각지에서 압승하면서 향후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거의 모든 선출직에 대해 양당이 상대방 텃밭에서 경쟁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두 정당 모두 각자의 지지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지역의 이익과 관점을 무시하는 경향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