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앞두고 폐비닐 배출량 줄이기 총력
분리배출 지침 만들고 전용봉투 배포 확대·기업과 업무협약 등 실시
지난달 30일 서울 은평구의 한 재활용 업체 선별장에서 작업자들이 기계에 들어가면 안 되는 쓰레기들을 골라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아간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재활용 선별장. 재활용 쓰레기가 지하 2층 반입장에 들어오자 작업자들이 달려들어 골판지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이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쓰레기가 쏟아지자 ‘발리스틱 선별기’가 비닐·유리병과 플라스틱병 등을 분리했다. ‘광학 선별기’는 빛의 반사특성을 감지해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자동 선별했다. ‘자력 선별기’는 철 캔 같은 금속류를 집어냈다.
마지막 구간에서 다시 사람 손을 거쳤다. 기계에서 놓치거나 잘못 선별된 쓰레기를 골라냈다. 이렇게 분류를 마친 재활용 쓰레기는 압축된 형태로 필요한 곳에 전달된다.
이곳 선별장은 은평구, 서대문구에서 수거한 하루 약 120t의 재활용 쓰레기의 선별을 담당한다. 이 중 비닐류는 약 45t에 달한다. 비닐류는 고형연료로 열원으로 활용하거나, 열을 가해 원유를 추출할 수도, 재생제품으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업체 관계자는 “비닐을 깨끗한 상태로, 분리해 배출해야 고품질 자원화가 가능하다”면서 “배출할 때 조금만 신경 쓰면 훨씬 많은 자원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선별장의 자원화 작업은 더 중요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종량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3000t 내외로 정체상태이다. 매립비율은 23.6%로 높은 편이라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폐비닐의 양을 줄이는 게 관건이다. 2022년 기준 종량제폐기물 하루 발생량 3052t 중 폐비닐이 13.2%(402t)에 달한다. 폐비닐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면서 전량 소각·매립된다.
이에 시는 지난해 5월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자치구에 31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했다. 폐비닐을 담을 전용봉투 약 916만장을 제작해 패스트푸드 등 폐비닐 다량배출 업소에 우선 배포했다. 그 결과 지난해 8~12월 사이 종량제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동기보다 하루 18t 줄었다.
시는 올해 폐비닐 전용봉투 배포를 1560만장으로 확대했다. 30ℓ 이상 종량제 봉투 10장당 30ℓ 용량의 폐비닐 전용봉투를 3장씩 무료로 준다. 플라스틱을 섞어 배출하면 수거를 거부하고 음식물을 섞어 버리면 과태료도 부과한다.
분리배출 지침을 만들어 배출 과정의 혼동도 줄였다. 시에 따르면 송장이 붙은 택배 비닐이나 수프 봉지, 삼각김밥의 포장지도 분리배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 전용봉투가 없으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봉투나 반투명봉투에 담아 배출하도록 했다.
폐비닐 배출량이 많은 패스트푸드 등 생활밀접업종 기업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시는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를 위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롯데리아, 김가네, 버거킹, 배스킨라빈스, 땅스부대찌개 5개 프랜차이즈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프랜차이즈는 서울 내 매장 850여곳에 폐비닐 분리배출 구역을 설치하고 전용봉투 분리배출·완전회수를 시작한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관계자는 “매장 한 곳당 하루에 약 3~4봉지 분량(약 150ℓ), 서울시 전체 매장(179개)으로 치면 약 2만6850ℓ의 폐비닐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향후 전용봉투를 사용한 분리배출을 실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종량제폐기물로 소각되거나 매립됐던 것 중에서 자원화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나씩 줄이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면서 “프랜차이즈 기업과 생활밀접업종에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