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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그림자’ 자원입대자 유해 발굴 시급

입력 2025.11.05 22:18

수정 2025.11.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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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훈 상명대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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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과 6·25 한국전쟁은 따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4·3으로 인해 씌워진 연좌제의 굴레는 많은 제주 청년을 전쟁터로 내몰았고, 그 결과 또 한 번의 비극적 희생이 이어졌다. 가족과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 ‘빨갱이 가족’이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 젊은이들은 목숨을 걸고 자원입대를 택했다. 이렇게 4·3의 상처는 6·25의 전쟁터로 이어졌고, 수천명의 제주 청년들이 산화했다. 오늘날에도 그들의 유해 2000여구는 이름조차 확인되지 못한 채 흙 속에 묻혀 있다.

제주 4·3은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다.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이어진 국가 폭력은 수많은 도민의 생명을 앗아갔고,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아픔과 연좌제라는 멍에를 남겼다. 그 굴레에서 벗어날 길이 막혀 있던 제주 출신 지식인과 청년들은 6·25전쟁 발발과 함께 자원입대를 선택했다. 그것은 단순한 군 복무가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가 짊어진 낙인을 끊어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나라를 지키겠다는 충정 어린 결단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는 참혹했다. 수많은 제주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그 중 상당수는 아직도 미수습 상태로 남아 있다. 억울한 연좌제를 끊기 위해 죽음을 택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세월은 그들을 더욱 깊이 묻어두고 있다.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아무리 유전자 감식 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그 정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제안을 하려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4·3특별법 전면 개정에 앞장섰고, 희생자 배·보상 근거를 마련해 유족의 명예회복을 제도적으로 이끌어냈다. 도지사 취임 이후 국내외 전시와 학술 사업을 통해 4·3의 진실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이번 유해 발굴 제안은 그 연장선에 있다.

무엇보다 4·3 유해발굴단의 실력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2025년 4월, 제주 4·3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유해 발굴의 과학적 성과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되었다. 발굴 기록과 데이터는 단순한 현장 보고서가 아니라, 세계가 신뢰할 수 있는 학술적 성과로 평가받았다. 해외 학술지에도 4·3 발굴 사례는 ‘전쟁 희생자 유해 발굴의 모범적 모델’로 소개되었고, 유해 위치 추적부터 DNA 감식까지 이어지는 정밀한 체계는 국제적 신뢰성을 얻게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협력의 길이 열려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이번 제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4·3 유해발굴단의 국제적이고 선진적인 과학 발굴 시스템과 국가의 제도적 역량이 만나게 된다. 두 기관이 힘을 합칠 때 유해 발굴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희생자와 유족에게 깊은 위로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성과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화해와 통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세계 앞에 보여주는 길이다.

이제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4·3의 상처를 안고도 다시 조국을 위해 몸을 던졌던 숭고한 희생에 대한민국은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억울한 연좌제를 끊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고향 품으로 모시는 것은 단순한 유해 발굴이 아니라 역사와의 화해이며 정의로운 국가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제안이 결실을 보는 순간, 4·3과 6·25라는 두 비극을 관통하는 숭고한 희생은 마침내 이름을 되찾고, 존엄한 귀향의 길에 오를 것이다. 그때 우리는 단순히 유해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와 유족에게 뒤늦게나마 바치는 가장 큰 헌정이자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책임 있는 나라임을 증명하는 역사적 장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양종훈 상명대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양종훈 상명대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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