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제작·분양 서버 임대 업체 사무실 위장
카지노 영상·게임머니 직공급 등 도박장 운영
‘벤더사’ 최초 적발, 14명 검거 이 중 7명 구속
범죄 조직도. 강원경찰청 제공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수 백개의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공급한 총책과 일당이 검거됐다. 이렇게 공급된 266개 불법도박사이트에서 오간 베팅금은 총 5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조직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총책 A씨 등 14명을 검거해 이 중 7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자신들이 제작한 도박사이트에 해외 유명 게임사의 카지노 영상을 연결한 뒤 다수의 하부 운영총책에게 게임머니와 함께 분양하는 수법으로 약 7개월간 5조3000억 원대의 도박공간을 개설·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A씨 일당의 경우 범죄수익 극대화를 위해 게임사로부터 구매한 카지노 영상과 게임머니를 공급하는 ‘벤더(vendor)’ 업체를 차려 범행한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범행수법은 배우 마동석씨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4’에서 자세히 다뤄진 바있다.
경찰은 “그동안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나 도박사이트 개발자를 적발한 사례는 있으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벤더 업체까지 찾아내 조직원들을 검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무인 물품보관소에서 압수한 현금. 강원경찰청 제공
경찰 조사 결과, 총책 A씨는 2020년 도박공간개설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감생활을 하던 중 범행을 계획했다. 출소 후 도박사이트 프로그램 개발자를 모집하고, 일반사이트 제작·분양을 위한 서버 임대 업체로 위장해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후 2021년 11월부터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다 작년 9월부터는 아예 벤더 업체를 차려 범행을 이어갔다. 지난 3월까지 도박사이트 266개를 제작해 하부 운영총책들에게 분양해 관리비 명목으로 월 300만 원을 받고, 카지노 게임머니인 ‘알’을 판매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 계좌 205개와 텔레그램 대화 내용 분석 등을 통해 분양된 사이트의 베팅 규모가 5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해외로 도주한 조직원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를 통해 적색수배 조치를 했다.
경찰은 도주한 공동 총책 B씨가 무인 물품보관소에 은닉해 둔 현금 2억7840만 원을 포함해 간부급 조직원 5명으로부터 범죄수익금 총 4억8000만 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범죄수익금 33억465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일당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해외 원격 서버를 이용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전문 수사 인력을 투입해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도박 범죄에 대한 단속 활동을 지속해서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