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는 걸 멈추지 마! 둘채 글·그림 쥬쥬베북스 | 80쪽 | 1만9500원
책상에서 밤새워 공부하는 수험생,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긴 수도승, 매일 같은 자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 이들 모두 ‘엉덩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다. 엉덩이 싸움은 목표를 쟁취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며 가장 조용한 저항이기도 하다.
작가 둘채는 엉덩이 싸움을 시작한 한 소녀의 투쟁을 오직 검은 펜 선으로 따라간다. ‘앉아있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소녀는 대통령의 ‘앉기 금지’ 선포를 맞닥뜨린다. 그러곤 앉을 권리를 되찾으려 광장에 앉는다. 이미 많은 동지가 “서있기를 거부한다” “앉는 게 뭐 어때서”가 적힌 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작가는 폭력 대신 평화를 선택한 삽화 속 시민들을 둥글고 부드러운 그림체로 그려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휠체어, 안락의자, 바퀴 의자 등 다양한 의자에 올라타 신나게 레이싱을 하기도 한다. 마냥 진지하기만 한 ‘의자 시위’가 아닌, 새로운 문화로서의 시위 현장인 셈이다. 거센 눈발과 추위를 막을 길이 없는 날엔 반짝이는 은박담요를 덮어 의자 위 ‘키세스’가 되었다. 책장 속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동지들의 모습은 어딘가 낯설지 않다. 2024년 12월3일, 현실에서도 분연히 거리로 나와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서로의 옆에 앉아 온기를 나누던 이들이 있었다.
이 책은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과 응원봉 그리고 엉덩이 싸움으로 평화를 되찾았던 사람들의 기록이다. 마지막 장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킨 12명의 시민이 직접 쓴 추천사가 실렸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각자의 행동으로 저항의 물결을 이어간다면, 빼앗긴 일상에도 봄은 올 수 있다고.
12월3일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곁에 앉은 이와 함께 책장을 넘겨보자.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에게는 그날의 용기와 연대를, 어린이들에게는 조용한 몸짓에 깃든 민주주의의 힘을 재치 있고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