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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얼마 전 서울 외 지역이 '불타올랐던' 정부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두 실험을 통해 지방 소멸과 AI 시대에 기본소득이 왜 중요한지,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2년 5월부터 매달 주민 1인당 15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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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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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빼고 불타올랐다···매달 15만원 받은 마을, 지금 무슨 일이?

입력 2025.11.07 07:00

  • 문광호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연천군 청산면과 샘 올트먼 ‘기본소득 실험’

청산면 주민 “활동 늘고 삶의 질 달라졌다”

‘월 144만원’ 올트먼 실험 “일 줄이고 이직”

수도권 집중·부 양극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얼마 전 서울 외 지역이 ‘불타올랐던’ 정부 사업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 20일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전국 7개 군이 선정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인데요.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은 선정 경쟁으로, 부정적이었던 지자체들은 찬반 논쟁으로 뜨거웠습니다. 사업에서 탈락한 충북에선 추가 선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매일같이 나올 정도입니다.

지자체들이 이렇게까지 진심인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지방 소멸 위험지역에선 기본소득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게 됐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도 기본소득을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보고 있는데요. 기본소득 실험을 후원한 ‘챗GPT의 창시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선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서 2022년부터, 미국에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3년간 기본소득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대상자들은 “여유가 생기고”, “하고 싶은 걸 할 자유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수도권 집중화와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금, 기본소득이 대안적 삶의 기반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 건데요. 오늘 점선면은 두 실험을 통해 지방 소멸과 AI 시대에 기본소득이 왜 중요한지,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13일 기본소득 현장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방앗관에서 주민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13일 기본소득 현장점검을 위해 방문한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방앗관에서 주민과 만나 포옹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점(사실들) : 청산면 주민 “하고 싶은 일 많아졌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서 실시된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2년 5월부터 매달 주민 1인당 15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신청자 중 실거주 등 요건을 갖춘 3452명이 최초 대상자였는데요. 지난달 정부의 기본소득 사업지 선정에서 연천군 전체가 선정돼 2027년까지 연장됐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청산면 출신으로 재정착한 지 10년이 넘은 우종필 청산커뮤니티아트센터 대표는 점선면과 통화하면서 “일단 삶의 질이 달라졌다”며 “노인분들의 다양한 활동 참여가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편의점이나 식당을 찾는다거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등의 빈도가 늘었다는 겁니다.

24명의 주민들을 심층조사한 김중배 랩2050 이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참여한 이창한 군산먹거리통합지원센터장에 따르면 기본소득 지급 전 청산면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비교지역보다 낮았지만 지급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희망적”이라는 응답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사용처 제한, 위장전입, 복지 의존도 심화 등의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2021년 청산면 인구는 3895명이었으나 시행 직후인 2022년 4217명으로 322명 늘었습니다. 이후엔 조금씩 감소해 지난 9월 기준 3970명 수준입니다. 연천군을 포함한 지방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비하면 감소세가 완만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충북도의회가 지난 3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충청북도 추가선정 및 국비 비율 상향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 충북도의회 제공

충북도의회가 지난 3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충청북도 추가선정 및 국비 비율 상향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했다. 충북도의회 제공

선(맥락들) : 144만원 생기니 노동시간 줄이고 ‘도전’

샘 올트먼이 후원한 기본소득 실험(오픈리서치 수행)은 2020년 11월부터 3년간 미국 텍사스·일리노이주에 사는 21~40세 저소득층 1000명(비교집단 2000명)에게 1인당 월 1000달러(약 144만원)씩을 지급했습니다. 비교집단 참가자에게는 50달러(7만원)씩을 지급했고요. 올트먼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기본소득이 하나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연구를 지원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3년 뒤 참여자들은 비교집단에 비해 고용률은 2%포인트 더 낮고, 노동시간은 주당 평균 1시간18분 더 적었습니다. 연구진은 “기본소득을 대체 또는 보완 소득으로 활용해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일자리 수를 줄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일을 줄이려 한 게 아니었습니다. 참여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더 선택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의미 있거나 흥미로운 일”을 필요조건으로 꼽을 확률이 비교집단보다 5.5%포인트 높았습니다.

참여자들은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아이 돌봄·가족과 시간 보내기’, ‘교육·훈련’, ‘건강 회복’, ‘더 낮은 임금이지만 만족스러운 직장 선택’ 등에 시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참여자 리사는 임금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새 일자리에 도전해 2년 뒤엔 연봉이 거의 10만달러(1억4400만원)에 달했습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은 돈이 있으면 더 많은 소득을 포기하더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샘 올트먼이 후원한 기본소득 실험 참여자의 소감. 오픈리서치 홈페이지 갈무리

샘 올트먼이 후원한 기본소득 실험 참여자의 소감. 오픈리서치 홈페이지 갈무리

면(관점들) : 수도권 집중·부 양극화 대책 될까

청산면과 샘 올트먼의 실험은 모두 미래에 우리 사회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방 소멸과 AI 시대라는 ‘뉴노멀’(새 표준)을 대비하는 근거가 되는 셈이죠.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칼럼에서 전통적 일자리의 소멸을 예상하며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세상의 준비와 훈련이 거의 혹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참여자들이 보다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적합한 노동형태를 택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눈길을 끕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프랑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보편적 고소득 시대를 예견하며 관건이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는데요. 오픈리서치 연구진은 “참여자들은 자신의 삶에 가장 적합한 결정을 내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데 더 큰 자율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포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AI가 불러올 불평등 심화의 반감을 줄일 수단이라는 건데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 ‘AI 도입과 불평등’에서 AI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AI 기업엔 양극화로 인한 반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될 겁니다.

기본소득만으로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숙제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청산면을 방문해 기본소득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했는데요. 김덕현 연천군수는 “(신규 전입자는) 도시 생활 은퇴자가 70% 이상”이라며 “젊은 층이 들어와야 하는데 여기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거, 지역 일자리 문제가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기본소득은 ‘반짝 이벤트’로 그칠 수 있습니다.

청산면의 확장판인 7개 군 대상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내년부터 2년간 실시됩니다. 일부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이라거나 지방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청산면 사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예산 나눠 먹기에만 급급하단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가 달렸습니다. 단 몇 개월 뒤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의 정책 집행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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