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성명에서 “민주주의의 일원으로 남겠다” 밝혀
정치 명문가 딸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 쓴 여성 정치인으로
미국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85) 하원의원이 차기 연방 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8년에 걸친 의정 활동을 마무리하는 사실상의 은퇴 선언이다.
펠로시 의원은 6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성명에서 “내 사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에게 이 소식을 먼저 전하고 싶다”며 “나는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그의 선거구다.
2007년 1월 4일(현지시간) 낸시 팰로시 의원이 워싱턴에서 열린 제110대 의회 첫날 미국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연단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감사한 마음으로 마지막 임기를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대표로서 보내겠다”며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다. 샌프란시스코여, 당신의 힘을 알라.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고, 진전을 이뤘으며, 언제나 앞장서 왔다. 그리고 이제는 민주주의의 온전한 일원으로 남아 우리가 소중히 여겨온 미국의 이상을 지키며 그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발표로 펠로시 의원이 38년 정치 인생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원은 1987년 보궐선거를 통해 연방 하원에 입성했다. 볼티모어의 이탈리아계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나 하원의원과 시장을 지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정치 감각을 익혔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치밀한 협상가’로 불리는 토대가 됐다.
그는 2002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로 선출돼 미국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가 됐다. 2007년에는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에 올랐으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건강보험 제도인 ‘오바마케어’와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다고 평가받는다. 2019년 하원의장 재선에 성공해 60년 만에 비연속 두 차례 의장을 지낸 인물로 기록됐다.
2019년 12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하루 동안의 탄핵 혐의 토론이 시작되는 회의실로 걸어가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디비 딩겔 하원의장과 손을 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펠로시 의원은 ‘트럼프 시대의 대항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의장 재임 시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으며, 2020년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는 장면은 미국 정치사의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때는 사무실이 점거당하며 신변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8년 CNN 인터뷰에서 “여성이 능력을 보이면 반드시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래서 나는 도망치지 않고 맞선다. 여성들이 ‘밀리지 않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펠로시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묻자 “끔찍하고 사악한 여인”이라며 “나라의 큰 짐이었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펠로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하원의장”이라며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고 했다.
▼ 최경윤 기자 cky@kh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