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대표질문에서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식민지 지배 등 역사 문제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은 다카이치 총리가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나가쓰마 아키라 의원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한 의견이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까지 내각 총리 담화를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전후 50년을 맞아 1995년 8월 15일에 발표한 것으로, 현직 일본 총리로선 처음으로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표현은 과거 한일관계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취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등이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사용했던 것이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지난달 발표한 ‘전후 80년 소감’에서도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이 표현을 쓴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일제가 벌인 일련의 전쟁과 관련해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정부 견해대로 그것을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가쓰마 의원이 답변의 정확한 의미를 묻자 “현재 상황과는 다르다”며 일본의 행위가 침략이었고 식민지 지배였으며 일본은 여러 차례 사죄의 뜻을 밝혔기에 그러한 사고방식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답변한 것과는 달리 취임 전에는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2005년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는 “이렇게 분별없는 견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손을 ‘범죄국가의 국민’으로 계속 묶어두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이후 여야 의원들과 일대일로 논전을 벌이는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예산위원회 준비를 위해 이날 오전 3시쯤 총리 공저에 들어가 비서관 전원과 약 3시간 동안 회의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역대 총리도 예산위원회 당일에는 아침 일찍 답변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벽 3시 시작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