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 축적 막아 발병 억제 역할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막는 효과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승호 교수,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김연주 교수,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 연구팀은 DPP-4 억제제가 장내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 축적을 차단해 발병 억제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를 6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쌓여 몸이 떨리고 경직되며 행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해당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에서 시작해 미주신경을 따라 뇌까지 이어지는 ‘장-뇌 축’을 따라 이동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DPP-4 억제제(시타글립틴)가 가진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파킨슨병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확인했다.
연구에선 도파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로테논을 실험동물에 노출해 파킨슨병을 유발시켰다. 로테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가 장에서 뇌까지 이동해 6개월 뒤부터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되고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DPP-4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장의 염증 반응과 알파-시누클레인의 양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은 절반 가까이 줄고 운동능력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장내 미생물 중 유익균은 늘고 유해균은 줄었다.
DPP-4 억제제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인 DPP-4가 인크레틴 호르몬을 분해하는 작용을 막는다. 인크레틴이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도울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 작용하는 체내 수용체(GLP-1)의 활동을 막아 당뇨병 치료제 역할을 못하게 했음에도 DPP-4 억제제의 파킨슨병 진행 억제 효과가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 약이 장내 면역 및 염증 반응을 조절해 파킨슨병에도 효과를 보이는 기전을 밝혀낸 것이다.
정승호 교수는 “DPP-4 억제제의 효과가 GLP-1 신호를 차단해도 유지된다는 점은 이 약물이 면역·염증 경로를 통해 작용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도 “파킨슨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넘어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