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 “21년 4월 오 시장 등과 단일화 논의” 주장에
오 시장 “만남 없었다” 여론조사 의뢰 등 전면 부인
특검, 오 시장에 ‘조은희와 연락 기록’ 등 새로 제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경향신문 기사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오 시장과 명태균씨를 같은 날 불러 대질 조사했다. 이들은 명씨가 오 시장 지시로 조은희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설득했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특검은 명씨가 지목한 날짜에 결제된 비행기 표, 명씨와 조 예비후보가 연락한 기록 등을 새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전날 오전 9시40분부터 대질 조사를 시작해 오후 6시쯤 종료했다. 오 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 명씨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로부터 13차례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비용 3300만원을 후원자 김한정씨가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은 대질 과정을 영상 녹화하며 양측의 주장을 조사했다. 쟁점은 명씨가 실제로 오 시장의 선거를 도왔는지, 그리고 그 비용을 김한정씨가 대납했는지 크게 두 가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측은 선거 과정에 영향을 끼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한연 조사 13건 중 최소 12건이 조작된 터라 실효성이 없는 데다가 자신이 여론조사를 먼저 의뢰한 적도, 선거 캠프가 그 조사 결과를 유의미하게 사용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명씨는 2021년 2월22일 자신이 오후4시 오 시장, 강 전 부시장,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조 예비후보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오 시장 지시로 같은 날 오후 9시 조 예비후보를 만나 단일화를 이뤄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2021년 2월22일 오후 1시30분이 표시된 명씨의 서울행 티켓, 명씨가 조 예비후보에게 보낸 메시지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예비후보에게 단일화를 해주면 명씨가 정치적 우군이 되어주겠다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자신과 김 전 의원이 조 예비후보를, 강 전 부시장이 오신환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설득했다고 진술했다.
명씨는 또 2020년 12월9일과 2021년 1월20일 오 시장을 만난 뒤, 오 시장이 1월22일 먼저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비용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때문에 김한정에게 여론조사 2000만원을 빌리러 간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당일 김씨를 만난 적 없고, 김씨가 추후 미한연에 3300만원을 입금한 것도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특검은 김씨의 카드가 2021년 1월22일 오 시장 자택 근처 식당에서 결제된 내역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씨 진술대로 오 시장이 김씨를 만난 것 아니냐고 추궁한 것이다. 또 오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직후 명씨에게 “여론조사 관련해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저한테 말씀하시면 된다”고 보낸 카톡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당일이 아내의 생일이라 가족과 함께 있었을 것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전날 조사를 마치고 나와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긴 했지만 그래도 말하는 정황이나 이런 걸 보면 특검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명씨는 “특검도 지금까지 많이 수사해서 정확한 정황 증거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면서 “기억이라는 게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김영선 의원이나 김한정씨에 대한 부분의 진술이 어떤 사건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강 전 부시장과 진술이) 상당히 일치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