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람객의 주문에 팝콘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오픈AI의 챗GPT, 구글 제미나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은 자연어 문장을 한꺼번에 인식하고 단어 사이의 관계를 계산해내는 트랜스포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대언어모델(LLM)이다. ‘생성형 AI(인공지능)’라는 이름처럼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텍스트·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AI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AI 기술이 초기 인식형, 생성형을 거쳐 사람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종국에는 ‘피지컬 AI’로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피지컬 AI는 현실(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고, 행동하는 AI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뇌를 장착한 로봇이라 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고 물건을 정리하거나 배달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인간처럼 생긴 로봇(휴머노이드)이 로봇을 조작하고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광경도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젠슨 황이 각국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려는 이유는 한국이 피지컬 AI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AI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축적에서 시작하는데 언어만 학습하면 되는 LLM과 달리, 피지컬 AI는 언어는 물론 산업현장의 온도·습도·강도·음파들도 학습해야 하고 중력·마찰력 등 복잡한 물리·화학 법칙 속에서 운영되는 시스템도 알아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바이오산업 등 제조업이 다양하게 발달된 한국은 ‘데이터의 보고’다. 산업 현장이 없으면 피지컬 AI는 ‘그림의 떡’이니 한국을 ‘AI 파트너’로 삼은 건 가성비 높은 선택이다.
GPU를 확보하게 된 삼성전자·현대차·SK 등은 현실 공간과 시스템을 디지털 공간에 쌍둥이처럼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계획이다. 설계·제조·검사 등 과정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기술력·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산업 현장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도 커질 것이다. 생성형 AI 활용도가 높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에선 이미 감원이 시작됐다. 기술 혁신에는 환호하지만, ‘인간을 위한 AI’ 원칙의 확립에는 무관심한 세태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