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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대구 달성군의 한 공단에서 생산총괄로 일하는 김모씨는 2023년 8월25일, 여느 때처럼 오전 6시 출근해 통근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동생 같던 이들이 사라진 일터에 홀로 남은 김씨의 시간은 여전히 2년 전에 멈춰 있었다.

김씨의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없어선 안 되는 존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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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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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살리려다 2년형, 그리고 출소…“살려달라는 절규 여전”

입력 2025.11.09 20:44

수정 2025.11.0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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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공단서 통근버스 운행 중

단속반 출동에 ‘동료들’ 도운 죄

돌아온 일터, 현실은 안 바뀌어

인근서 단속 중 베트남인 추락사

“왜 그 목숨에 사과하지 않나요”

미등록 이주노동자 통근버스를 운전하다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간 감옥살이를 한 김모씨가 지난 8일 대구 달성군 공장 인근에서 인터뷰하다 하늘을 보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통근버스를 운전하다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간 감옥살이를 한 김모씨가 지난 8일 대구 달성군 공장 인근에서 인터뷰하다 하늘을 보고 있다.

대구 달성군의 한 공단에서 생산총괄로 일하는 김모씨(43)는 2023년 8월25일, 여느 때처럼 오전 6시 출근해 통근버스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생산총괄과 함께 공단 노동자들을 출근시키는 일도 맡고 있었다. 읍내 사거리에 이르자 이주노동자들이 하나둘 올라탔다. 편의점에서 산 빵이나 우유를 손에 든 노동자들이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김씨에게 인사했다. “형님, 저 어제 술 많이 먹었어요.” “부장님, 오늘 배 아파요. 5시에 집 가면 안 돼요?” 노동자들의 투정에 김씨는 “월급날 괜찮겠어?” 하고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김씨는 잠시 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혐행범으로 체포됐다. 김씨가 몰던 통근버스를 출입국사무소 단속차량이 가로막았고 “부장님 살려주세요”라는 동료들의 아우성에 김씨는 가속 페달을 밟고 말았다. 이주노동자 36명을 태운 버스는 이내 붙잡혔다.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한 김씨는 지난 3월 출소했다. 달성군의 다른 공장에서 다시 일을 시작한 김씨를 지난 8일 만났다. 동생 같던 이들이 사라진 일터에 홀로 남은 김씨의 시간은 여전히 2년 전에 멈춰 있었다.

김씨의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없어선 안 되는 존재”라고 했다. 식당도, 시장도, 논밭도 모두 타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김씨가 20여년 이어온 업을 지켜주는 이들도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새벽에 출근해 10시간씩 서서 만든 부품들로 자동차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소비하고 생활하는 흐름에 맞춰 지역경제가 유지됐다.

김씨는 “불법체류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3D 업종’이라며 피하는 일,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라고 했다. 김씨는 하루 20시간씩 붙어 지내며 월급날이면 “형, 소주 먹어요” 하고 쫓아오는 이들을 ‘동료’라고 불렀다.

이들에게 ‘추방’은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었다. 김씨가 지켜본 이주노동자들은 최소 3000만~5000만원의 빚을 내고 한국에 왔다. 대부분 집안의 가장인 이들은 월급을 받으면 ATM 기계로 달려가 고향에 돈을 보내곤 했다. 김씨는 단속으로 추방된 뒤 고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빚을 떠안은 채 전전하는 이들의 소식을 들었다. 단속반에 붙잡혀 수갑을 찬 채 “형님, 괜찮아요” 하고 애써 손을 흔들던 동료들의 얼굴을 기억했다. 그래서 2년 전 통근버스를 가득 채운 “살려달라”는 애원도 외면할 수 없었다. 김씨는 “얘들은 그냥 자기 나라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거다. 말 그대로 생존 문제”라고 했다.

김씨가 수감돼 있던 동안 그의 두 자녀는 각각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정권도 바뀌었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었다. 지난 4일, 김씨의 일터에서 멀지 않은 대구 성서공단에선 25세 베트남 이주 여성이 단속을 피하려다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주 APEC 개최를 앞두고 실시된 정부 합동단속 때였다. 숨진 청년은 3시간 동안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9월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 사람들이 수갑 차고 끌려갔을 땐 국민들이 인권 침해라고 화냈잖아요.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은 인간이고 일터에서 엘리트들이고 한 집안의 가장인데 왜 이 목숨엔 사과하지 않냐고요. 단속하는 공무원들이 문제가 아니에요. 윗사람들이 책임지고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김씨가 말했다.

김씨는 출소 후 계약직으로 작은 공장들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다시 관리직으로 오라”는 제안이 더러 있었지만 거절했다. “괜히 정 줬다가 상처받는 것보단 외로운 것이 낫다”며 김씨는 홀로 일하기를 택했다. 묵직한 기계음만 들리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으면 등 뒤에서 “부장님 살려주세요” 하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아 깜짝 놀라곤 한다. ‘살릴 방법이 정말 없을까’ 하는 미련에, 김씨는 여전히 그날의 외침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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