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사고
HJ중공업→코리아카코 ‘재하청’
첫 사망자, 출근 4일 된 일용직
최근 5년 발전공기업 6곳 산재
523명 사상…하청업체가 85%
‘비용절감식 하도급’ 개선해야
보일러 타워 살피는 인력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나흘째인 9일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4·6호기 발파 사전 작업을 위해 고소작업차가 투입돼 타워 외부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 7명이 매몰돼 지금까지 3명의 시신이 수습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에서도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가 드러났다. 공공기관조차 위험을 하청, 재하청 업체에 넘기면서 산재 사망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춘 하도급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9일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5호기 공사의 발주 구조를 보면 공기업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국동서발전이 해체 공사를 발주하고 HJ중공업이 코리아카코에 하도급을 준 ‘재하청’ 구조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작업에 투입된 9명은 모두 발파전문업체 코리아카코 소속이다. 정규직은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계약직이다. 첫 사망자인 40대 전모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출근 4일 만에 변을 당했다.
해체 작업 경험이 적은 미숙련 노동자가 투입됐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진형 한국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플랜트 노동자 중 해체 작업 전문가나 중장비 자격자가 있는데 그들을 배제하고 일용직을 고용한 건 인건비를 절감하려 한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숨진 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개정하는 등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비슷한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7월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7월) 발전공기업 6곳에서 발생한 산재는 총 517건, 사상자는 523명이었다. 하청업체 소속이 443명으로 85%에 달했다.
노동계는 고질적 최저가 입찰제와 비용 절감식 하도급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런 구조에서는 더 위험하고, 노동 부하가 더 심한 작업일수록 외주화된다”고 말했다. 원청업체 입장에선 위험하고 수익성 낮은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 인건비와 안전관리 비용을 줄이고, 사고에 대한 책임은 덜 수 있다.
실제로 산재 사건 재판에서 원청업체는 대부분 “발주만 했을 뿐 지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전 산하 발전소들이 자회사 형태로 독립하면서 위험 관련 정보 공유가 단절된 것이 사고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비슷한 유형의 산재가 반복되는데도 막지 못하는 건 산재 위험 요소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업종 내의 모든 위험 요소를 평가하고 감소 대책을 마련하는 업종별 위험성 평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정부가 독려하고, 업계도 대책을 같이 모색하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면서 석탄발전 공기업 통폐합을 검토 중이다. 강 교수는 “사양 산업일수록 안전투자가 줄어들어 더 위험하기 때문에 정부가 경영평가로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서로 협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