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반상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방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방송광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중간광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시간별로 광고량을 제한하던 방식에서 일일 광고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의 총광고량은 같더라도 광고단가가 비싼 시간대에 더 많은 광고를 편성할 수 있게 됐다. 간접광고·가상광고에 대한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광고만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적 책무가 더 큰 지상파 방송이 오히려 재원제도 면에서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사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거래질서를 통해 이루어지는 동시에 시청권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방송 시청권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는 프로그램과 광고의 엄격한 분리이다. 방송광고는 돈을 받고 광고주에게 내어주는 영역이지만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73조 제1항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와 방송 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그러한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시청자들이 광고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다면 광고로 인한 시청자 오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프로그램 속에 섞여 있는 광고이다. 가상·간접광고는 시청자들에게는 광고로 인식되지 않은 채 전달된다. 프로그램 시작 시 ‘간접광고가 포함되어 있다’는 자막을 내보내지만 이는 형식적인 고지에 그칠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장면의 어떤 내용이 광고인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협찬은 그러한 고지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간접광고는 광고 노출 시간이나 위치 및 크기 등에 대한 일정한 규제라도 있지만 협찬에는 그것조차 없다. 그냥 규제 무법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협찬은 단순한 제품 노출에 그치지 않고 협찬주의 요구에 맞춰서 프로그램 구성을 바꾸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뜬금없는 상황이나 장면이 노출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방송법에는 협찬 고지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정작 협찬에 대한 규정은 없다. 협찬을 받고도 고지를 하지 않는다면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협찬 고지 등에 관한 규정에는 “광고효과를 줄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규제망은 여전히 허술하다. 협찬의 정황은 분명하지만 이를 위반했는지를 규제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방송사는 협찬으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몇년 전 논란이 되었던 유튜버들의 뒷광고와 다를 바 없다. 그나마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조건에 ‘효과나 효능을 다루는 협찬의 경우 3회 이상 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협찬을 받은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이 홈쇼핑 채널과 연계 판매를 통해 소비자 피해를 초래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뒷광고를 하는 유튜버에게는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협찬 사실을 숨긴 채 방송하는 방송사는 아무런 규제 없이 방치되는 셈이다.
이제라도 협찬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협찬의 범위와 내용, 방식과 과정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정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간접광고나 가상광고도 시청자들이 광고임을 알 수 있도록 고지 의무를 더욱 구체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방송사의 재정적 기반을 튼튼히 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그 방법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