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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초짜’ 포퓰리스트

입력 2025.11.09 22:02

수정 2025.11.0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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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는 게 맞나 싶지. 일자리도 좋지만, 과로는 안 되니까. 근데 새벽배송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 새벽배송 활용 경험에 관한 질문에 돌아온 답인데 관련자들의 일자리, 노동권, 편익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사실 이 고민은 정치의 몫이다. 다양한 입장과 요구, 상충하는 권리들 사이에서 균형을 기대받지만, 정치인들은 요즘 한쪽에만 편승하는 ‘두 개의 국민체제’를 부추겨 포퓰리스트가 된다.

한 ‘초짜’ 정치인의 정치적 수사(修辭)로서의 “동료 시민”과는 달리, 실제 ‘동료 시민’은 상대와 나의 권리 사이에서 타협과 양보를 고민하며 균형을 찾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양보하고 양보받는 등 서로를 동등한 협상 주체로 여기기에 ‘공존’하며 관계를 지속한다. 공존의 다른 이름, 평등 역시도 관계의 지속성을 추구하며, 구성원들의 평등한 공존으로 동료 시민들의 공동체는 지속 가능해진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은 단지 세계 최저 출생률 때문만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의 ‘친기업·반노동’ 질서에 더해진 불황 속 낮은 임금으로는 장시간 노동도 최저 생계 유지를 어렵게 하기에, 어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야간 노동도 불사한다. 이 과도한 노동을 멈추고자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 등이 ‘0시부터 새벽 5시 배송 중단’을 제안했지만, 쿠팡 택배기사의 90% 이상이 그 제안에 반대했다. 남편과 새벽배송을 하는 여성도 “야간 페이 넘사벽(넘을 수 없이 큰 차이), 쿠팡 소속 아닌 개인 사업자 망하면 누가 먹여 살리냐!”며 새벽배송 제한을 거부했다. 당사자도 새벽배송 중단에 반대하는 이유는 장시간·저임금의 ‘나쁜’ 노동 구조야말로 넘기 어려운 철벽이며, 그 앞에서 새벽배송은 생계를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과 죽음을 무릅쓴 노동이, 언급한 초보 정치인에 의해 ‘자발적 선택’으로 포장되며, 노동자 생명보다 소비자 편의와 기업 이윤이 우선되는 한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은 도전받는다. 친구, 연인, 노사 등 다양한 관계의 집합체인 공동체는 당연하게도 이 모든 주체들이 평등하게 공존할 때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해 새벽배송 중단이 현실화하면 소비자에게는 당장 불편함이 따른다. 학령기 아동의 학용품이나 우산, 유아용 체온계나 음식 등이 자주 필요한 양육 담당자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농어촌 생산자의 매출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기업 이윤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넘사벽 페이’로 위험을 감수하던 노동자의 손해도 있다. 이렇듯 다양한 이해가 얽힌 관계를 풀어내는 데 ‘하나의 국민체제’를 지켜낼 유능한 정치인의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 그가 노동자의 어떤 질병이나 죽음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며, 각 주체들의 평등한 공존과 동료 시민으로서의 감각은 누구의 어떤 양보와 권리 보장으로 가능해지는지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죽음에 이르기도 하는 새벽배송이 노동자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라며,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임을 지우는 그는 국민을 둘로 나누고 한쪽에 편승하는 위험한 포퓰리스트다.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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