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 의상을 차려입고 등장하곤 한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임무에 데려갔는데 막상 새 기술이 그리 좋지 않다. ‘얼굴이 성능’이었던 것이다.
‘얼굴이 무기’란 말이 있다. 멋진 외모는 무기처럼 강력하다. 반대로 험상궂은 인상도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무기가 된다. 게임에서 ‘얼굴이 무기’는 성능이 떨어져서 ‘얼굴로만 다 한다’는 의미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보는 눈이 즐거우니 능력치는 낮아도 상관없다.
얼굴은 ‘눈·코·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 또는 ‘그 전체적 윤곽이나 생김새’다. ‘평판이나 명예, 체면’이란 뜻도 있다. 사람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으로, ‘얼굴’이 들어간 표현도 많다. 바로 떠오르는 건 ‘얼굴이 두껍다’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염치가 없다’는 뜻인데 ‘두껍다’가 붙은 게 재밌게 느껴진다. 예의가 없고 뻔뻔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의 눈초리에 ‘따끔따끔’할 텐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두툼하단 것이겠다. 비슷하게 ‘얼굴이 꽹과리 같다’도 있다. 놋쇠로 만든 꽹과리처럼 뻔질뻔질하며 뻔뻔스럽다는 의미다. 꽹과리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까지 생각하면 어떤 이를 가리키는지 이해가 된다.
두루 많은 사람을 아는 이에겐 ‘얼굴이 넓다’ 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건 ‘얼굴을 맞대다’, 민망하거나 무안한 상황에선 ‘얼굴이 간지럽다’고 한다. 이것저것 살펴보는데 재밌는 게 있었다. ‘얼굴이 선지 방구리가 되다.’ 방구리는 ‘주로 물을 긷거나 술을 담는 데 쓰는, 동이보다 좀 작은 모양의 질그릇’이다. 붉은 선지를 담은 방구리처럼 ‘몹시 흥분해서 얼굴이 시뻘겋게 된다’는 뜻이다.
‘얼굴에 외꽃이 피다’도 있다. 보통 꽃 하면 화사함을 나타내는데 이 꽃은 좀 다르다. 외꽃은 ‘오이꽃’의 준말로, ‘노랗게 기가 질린 얼굴빛’을 이른단다. 그래서 ‘외꽃이 피다’는 노란 오이꽃처럼 ‘얼굴이 누렇게 떠 병색이 짙다’는 뜻이다.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고도 한다.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넘어서 그만큼 중요한 얼굴, ‘웃음꽃’만 피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