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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마음놓고 걷던 등굣길 사라질까 걱정”···‘특수학급’ 뒷전 된 대청초 폐교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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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청초등학교 2학년 진수는 등교할 때 엄마보다 앞서 걷는다.

서울시교육청은 통폐합 이후 영희초에 특수학급을 하나 더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특수학급은 4개에서 3개로 줄어들게 된다.

윤희씨는 "진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특수학교까지 모두 자리가 없어 떨어졌고 9살이 되어서야 대청초에 입학하게 됐다"며 "다른 장애학생들에게 특수학급 자리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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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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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마음놓고 걷던 등굣길 사라질까 걱정”···‘특수학급’ 뒷전 된 대청초 폐교 ‘속도전’

입력 2025.11.10 07:00

수정 2025.11.1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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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 대청초등학교에 다니는 특수 교육 대상 학생이 지난 7일 보호자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통폐합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 대청초등학교에 다니는 특수 교육 대상 학생이 지난 7일 보호자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청초등학교 2학년 진수(가명)는 등교할 때 엄마보다 앞서 걷는다. 지난 7일 오전 8시30분, 집을 나온 진수는 엄마보다 한 발 앞서 학교 후문으로 향했다. 150m밖에 안 되는 짧은 등굣길이지만 엄마 윤희씨(가명)는 진수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 진수는 중증자폐와 지적장애·언어장애를 가진 특수교육 대상자다. 윤희씨는 “아이가 학교가는 길은 2년 내내 매일같이 걸어 잘 알고 있다”며 “휴일에 기분이 들떠 ‘학교 가고 싶다’고 말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책가방 메고 등굣길을 함께 걷는다”고 했다.

진수가 마음놓고 걷던 등굣길이 이제 사라질 수도 있다. 지난 달 초 서울시교육청이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전교생이 75명인 대청초를 인근 영희초와 통폐합하는 것을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두 학교가 합쳐지면 특수학급이 과밀화되고, 장애학생들의 등교가 크게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9일 교육청과 학부모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청은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학부모 설명회를 갖고, 지난 5~6일 학부모 대상 찬반투표를 진행하려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1일 열린 대청초-영희초 통폐합 학부모설명회에서 ‘통학버스 운영 계획은 없다’고 밝힌 PPT 화면. 독자 제공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31일 열린 대청초-영희초 통폐합 학부모설명회에서 ‘통학버스 운영 계획은 없다’고 밝힌 PPT 화면. 독자 제공

특수학급 학부모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대청초 특수학급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와 100~150m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 혼자 등·하교가 어려운 장애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집과 붙어있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 대부분은 대청초 교장과 특수학급 교사들이 장애학생 학습권 보장에 힘쓴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전셋집을 구해 이사를 왔다. 지체장애를 겪는 5학년 수지(가명)는 “교사가 (강당까지) 업고 이동해야” 하거나 “학생이 많아 번호표 순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학교들을 피해 대청초 근처로 이주했다.

대청초와 영희초의 거리는 800m다. 영희초까지 가려면 횡단보도 4개를 건너야 한다. 윤희씨는 “진수와 걸어서 등교한다고 하면 30분 넘게 걸릴 것”이라고 했다. 휠체어를 타는 수지에게는 길이 더 험하다. 통학버스를 지원한다고 해도 걱정이지만, 교육청은 “통학버스 운영은 당위성이 떨어져 어렵다”고 했다가 뒤늦게 “통학버스 도입도 고려하겠다”고 알렸다. 교육청은 올해 3월 ‘특수학급 확대’를 정책 기조로 내걸며 정책설명회까지 열었으나, 정작 학교 통폐합 시 특수학교 학생들의 교육권이 우선순위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통폐합 시 특수학급의 총량이 줄어드는 문제도 생긴다. 현재 대청초와 영희초의 특수학급은 각각 2개다. 대청초는 학급당 정원(6명)을 꽉 채워 12명이고, 영희초는 15명으로 특수학급이 과밀인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통폐합 이후 영희초에 특수학급을 하나 더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특수학급은 4개에서 3개로 줄어들게 된다. 윤희씨는 “진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특수학교까지 모두 자리가 없어 떨어졌고 9살이 되어서야 대청초에 입학하게 됐다”며 “다른 장애학생들에게 특수학급 자리를 남겨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통폐합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 대청초등학교에 다니는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이 지난 7일 보호자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통폐합이 예정된 서울 강남구 대청초등학교에 다니는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이 지난 7일 보호자와 함께 등교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청초와 영희초를 인근 학군지에 포함시켜 학생 수를 분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교육청은 선택지에서 배제하고 있다. 교육청은 현재 영희초 주변 통학구역은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지역으로만 설정해놓고, 영희초와 직선거리로 불과 50m 거리의 아파트단지 학생을 모두 일원초로 배정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단지에 둘러싸인 일원초는 전교생 1389명으로 학급당 학생 수만 26.7명이다. 일원초의 전교생은 영희초(260명)보다 5배나 많다. 아파트단지 일부를 일원초가 아닌 영희초로 배정하고, 영희초 통학구역 내 학생을 대청초로 배정하면 학생 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지만 교육청은 “(그 방안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 민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수학급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자 교육청은 통폐합 찬반 투표 일정을 이달 25~28일로 미뤘지만, 통폐합 의사는 접지 않았다. 교육청은 지난 5일 대청초-영희초 공동통학구역을 설정하겠다는 행정예고를 하고, 대청초 통학구역 학생들도 영희초에 지원할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역을 설정했다. 이렇게 되면 대청초에 다니는 비장애학생들이 영희초로 지원을 하면서 대청초 학생 수가 줄어들고, 통폐합의 명분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청초 학부모들은 “대청초 입학생을 줄여 학교를 사실상 고사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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