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의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조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일반이적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불법 계엄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북한에 무인기를 불법 침투시켰다는 혐의 등이다. 일반이적죄는 형법상 외환죄에 속하는 범죄로, 전직 대통령이 외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특검은 “수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참담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윤석열·김용현·여인형 ‘일반이적죄’ 추가 기소···이승오·김용대는 빠져
특검은 10일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무인기 작전을 직접 실행한 김용대 전 국군드론작전사령관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장관에게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일반이적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할 경우 적용되는 혐의다. 유죄가 인정되면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특검은 지난해 10~11월 군이 무인기를 여러 차례 북한에 날릴 당시 김 전 장관의 지휘 아래 정상 지휘체계를 벗어난 채 비례성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작전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김 전 장관 등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인기 작전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훼손되고 북한과의 정전협정까지 깨질 위험에 처하는 등 다층적으로 군사상 이익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작전 중 평양에 무인기가 추락하면서 그 무인기에 입력된 우리 군의 무인기 왕복 궤적이 노출되도록 한 점도 일반이적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 평양·핵시설·삼지연·외국인 관광지·김정은 휴양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무인기 작전이 실행되던 지난해 10월18일 작성한 메모. 내란 특검 제공
특검팀은 이들이 12·3 불법계엄의 명분을 쌓기 위해 무인기 작전을 실행했다고 본다. 특검팀이 확보한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를 보면 그는 지난해 10월18일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서 공략해야 한다”며 “체면이 손상돼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겟팅-평양, 핵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최종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정찰 및 전단 작전, 그러나 영공침범 시 물리적 격추)”라고 덧붙였다.
같은 해 10월23일 메모에는 ‘목적과 최종상태’라는 항목에 “미니멈, 안보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라고 적었다. 여 전 사령관은 같은 날 적은 다른 메모에 “풍선, 드론, 사이버, 테러, 국지포격, 격침 등”이라고 적고, 또 다른 메모에는 “충돌 전후 군사회담 선 제의 고려. 대외적 명분과 적 기만 효과”라고 적기도 했다. 특검팀은 군의 북한 내 무인기 침투 목표 지역이 여 전 사령관의 메모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점 등을 볼 때 여 전 사령관이 당시 무인기 작전을 공유받고 일부 조언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본다.
이승오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중장)과 김 전 사령관은 무인기 작전에 깊이 개입하고 실제 실행도 했지만 불법 계엄과의 연결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돼 일반이적 혐의를 벗었다. 통상 일반이적 혐의는 미필적 인식이나 고의만 인정되더라도 적용될 수 있는데 특검은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군사작전의 특성을 고려해 ‘목적범(단순 고의 이상의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저지른 범죄)’에 한해 보수적으로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앞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이 불법 계엄을 위법하다고 인식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박지영 내란특검보가 10일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일반이적 혐의 기소 브리핑을 열고 확보한 증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계엄하려 남북 군사 대치 이용···수사 참여자 모두 실망 넘어 참담”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의 무인기 작전이 북한과 모의해 국내에 전쟁을 유발하려 했다는 외환유치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외환유치죄는 외환죄 가운데 가장 중한 범죄로 최소 형량이 무기징역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외환유치가 되기 위해서는 적과의 공모가 필요한데, 그런 부분까지 나아간 혐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이 외환죄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은 지난 6월18일 출범 직후부터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검토를 거친 뒤 지난 7월14일 군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전·현직 드론사·합참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하면서 김 전 사령관과 이 전 본부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병행했다. 특검팀은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전 장관 방문 조사를 거쳐 지난달 15일 윤 전 대통령도 불러 조사했다.
박 특검보는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은 수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며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가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하려 한 행위는 국민 안전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황당함을 넘어 법 논리의 기본 선조차 지키지 않은 일방적 기소”라며 “공적 기록, 사실 관계, 행위 주체의 의사 등 기본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프레임만 앞세운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