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 여력 파악” 박성재 지시
현장까지 차례로 하달된 정황
특검, 구치소 담당자 진술 확보
이상민 ‘단전·단수 지시’와 비슷
12·3 불법계엄 선포를 방조·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계엄 선포 당시 서울구치소 현장 직원이 구치소 수용 현황을 조사해 윗선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수용 여력 확인’을 지시하고 이 내용이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지휘계통을 거쳐 하달된 것으로 본다. 특검은 구속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처럼 박 전 장관도 계엄 때 공무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지시했고, 이 지시가 실제 실행됐다고 본다.
1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계엄 선포 상태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 서울구치소 거실지정 담당 직원 A씨가 당직이었던 한모 교정관 지시에 따라 A4용지 1장 분량의 서울구치소 수용 거실 현황을 정리해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하고 2시간가량 뒤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0시20분쯤 구치소로 출근했다.
특검은 이런 수용 현황 파악 행위가 박 전 장관 지시에 의한 것이라 본다. 특검팀은 법무부와 서울구치소 관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하면서 박 전 장관이 법무부 교정 본부에 내린 수용 여력 확인 지시가 A씨에게까지 내려간 경로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당시 대통령실에 있다가 법무부로 이동하면서 오후 11시4분쯤 신용해 당시 법무부 교정본부장과 통화했다. 신 전 본부장은 20여 분 뒤인 11시25분쯤 김문태 당시 서울구치소장에게 전화해 “시위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어떻게 수용할지 걱정”이라며 수용 여력 확인을 지시했다.
이후 김 전 소장은 권모 당시 서울구치소 보안과장에게 전화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우리(서울구치소)에게 수용자가 넘어오면 우리가 수용 능력이 되느냐”고 물었다. 권 과장은 오후 11시31분쯤 당직 근무를 하던 한모 교정관에게 전화해 “서울구치소 수용 현황을 파악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한 교정관은 12월4일 자정 넘어 출근한 A씨에게 구치소 거실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지시가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후 내린 ‘경향신문 등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와 유사하다고 본다.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는 소방청장→소방청 차장→서울소방재난본부장→서울소방재난본부 당직관→일선 소방서 순서로 내려갔다.
특검은 실제 단전·단수 조치가 되지 않았지만 이 전 장관이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고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 역시 담당 부처와 산하기관 직원에게 그들의 의무가 아닌 일을 지시했다고 본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비상상황에 대비해 구치소 수용 여력을 확인하는 것은 장관의 ‘통상 지시’라고 주장한다. 반면 특검은 이 지시가 국가 비상상황 대비 훈련 계획과 달랐던 점을 볼 때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특검은 곧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하면서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