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2025 대놓고 학력 학벌 차별상 시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시청 외벽에 이른바 ‘스카이’(SKY)로 지칭되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입 합격자 수를 크게 내걸어 논란을 빚은 서울시에 대해 청년들이 ‘학력주의 차별상’을 전달했다.
시민단체 투명가방끈은 10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해 동안 학벌주의를 조장한 기관 등에 전달하는 ‘대놓고학력학벌차별상’ 수상자로 서울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월 교육플랫폼 사업 ‘서울런’을 홍보하며 시청 외벽에 커다란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엔 ‘서울런 대입합격 782명’, ‘서울대 19명, 고려대 12명, 연세대 14명, 의·약학계열 18명, 주요대학 719명’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혔다. 현수막뿐 아니라 각종 공무과 홍보자료에도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최상위권·상위권 대학’, ‘서울 11개 주요 대학’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런은 서울시가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무료 온라인 학습 콘텐츠와 1대1 멘토링을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가장 자랑스러운 약자 동행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사업이 대입을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기초학력 부진이나 자기주도 학습이 어려운 이용자보다 ‘수능 성적’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용자들이 주요 지원 대상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서울시는 “고3과 N수생을 중심으로 집중반을 운영하면 ‘서울런 대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부 이용자를 상대로 ‘서울런 집중지원반’을 운영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이 현수막을 철거했다가 디자인만 바꿔 다시 내걸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 대놓고 학력 학벌 차별상’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시상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날 투명가방끈은 오 시장의 얼굴을 본뜬 가면을 쓴 활동가에게 상패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청년들은 “대학 밖 민주주의, 우리는 수능이 만든 세계에 살지 않는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투명가방끈은 “대입 실적 과시는 학벌 사회를 보여주는 지표이자 학생들 간 위계를 만들며 누가 이 사회에서 중요한 대접을 받는지 보여준다”며 “입시를 겪은 청소년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는 현수막 뒤편으로 가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학벌 차별 문화를 조성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현수막을 매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만연한 학력, 학벌 차별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공공기관이 그 책무를 잊고 차별을 조장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는 2015년 “특정 학교 합격을 알리는 펼침막이 학벌 중심의 차별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각 시·도교육청에 지도감독을 요구했었다.
투명가방끈은 대학수학능력시험평가가 있는 지난 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한 주 간 ‘비진학자 가시화 주간’을 운영한다. 투명가방끈은 “대입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수능 주에 잊히고 가려지는 대학 비진학자 삶을 드러내고 차별을 차별이라고 부르는 취지로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