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모두 K팝을 듣는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K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그 지평을 넓혀 애니메이션까지 번져나갔다. 시대별 음악 장르와 열풍은 다양하게 변모한다. 이전엔 유럽과 미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60년 이상 구대륙과 신대륙에서 주도하던 팝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다니. 과거를 회상하면 격세지감이다.
유럽의 대중음악은 한때 샹송과 칸초네로 대표되었는데, 샹송의 전설은 단연 에디트 피아프였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국민가수로 손꼽힌다. 자그마한 몸으로 노래 부르는 그를 참새에 비유해 ‘피아프’라고 부르던 것이 예명이 되었다. 서커스 단원 아버지와 거리의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삶을 살았다.
처절하고 굴곡진 경험이 노래와 창법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드라마틱한 삶을 풍부한 표현력으로 승화시키며 작은 체구에서 거대한 아우라를 내뿜었다. 달콤하고 부드럽다가도 힘 있게 내지르는 기운찬 톤은 후련하고 통쾌하다. 야릇한 비음이 섞인 음색은 호소력 짙다. 게다가 우수에 찬 눈빛은 청중을 사로잡는다. 그의 ‘사랑의 찬가’는 파트리샤 카스 등 전 세계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해서 여전히 불린다.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서 셀린 디옹이 직접 불러 다시 한번 그를 기렸다. 루이 암스트롱이 리메이크한 트럼펫 연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장밋빛 인생’은 그가 직접 가사를 썼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삶은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내용이다. 사랑만큼 인류 보편적 서사와 감동을 주는 단어가 또 어디 있으랴.
장미는 사랑과 정열의 상징이다. 특히 장미의 붉은색은 열정, 흥분, 욕망 등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향기는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로 이끌지만, 어딘지 불안하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연인 아도니스를 찾아 헤매다 흰 장미 가시에 찔려 흘린 피가 붉은 장미로 변했다는 그리스 신화처럼 붉은 장미는 기쁨과 고통, 사랑과 이별이 늘 공존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장미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더 매혹적이다. 장미의 언어로 인생을 노래했던 피아프. 40년 남짓 짧은 생을 불태웠던 그의 삶은 화려하면서도 처연했다. 상처 난 인생에서 돋아난 장미 가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