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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란 맘다니는 ‘교과서’대로 했다

입력 2025.11.11 06:00

수정 2025.11.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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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브루클린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브루클린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인. 34세, 우간다 출생, 인도계, 무슬림, 민주적 사회주의자. 처음엔 프로필에 눈길이 갔다. 점차 시선이 이동했다. 선거전략과 전술 쪽으로. 전략은 교과서적이되 전술은 현대적이었다. 공약은 급진적이되, 태도는 온건했다.

대의(代議)민주주의는 문자 그대로 ‘국민을 대리(대표)할’ 사람을 뽑아 현안을 ‘의논’하게 하는 제도다. 정당과 출마자는 누구를 대표할지 분명히 해야 한다. 대표하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당선 가능성은 높아진다. 맘다니 프로필만 보면 유권자층이 협소했을 것 같다. 물론 그랬다면 낙선했을 거다.

맘다니는 ‘독특한’ 프로필이 아닌 ‘보편적’ 정책공약에 주목하도록 유권자를 이끌었다. ‘Affordable New York(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뉴욕)’ 구호 아래 ‘Rent Freeze(임대료 동결)’ ‘Free Buses(시내버스 무료화)’ ‘Free childcare(무상 보육)’ 를 외쳤다. 뉴욕 시민의 절대다수는-인종·성별·세대·종교를 불문하고-생활비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물가’는 연대의 언어가 됐다. “맘다니는 노동계층, 중산층, 상위중산층을 한데 묶어냈다”(뉴욕타임스). ‘지지층을 최대한 확장하라’는 교과서적 선거전략을 충실하게 이행한 것이다.

전술은 감각적이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정치와 일상을 연결해냈다. 다양한 ‘파티’ 형식 캠페인으로 Z세대 참여를 이끌어냈다. 선거 직전 주말에는 클럽을 돌며 청년들을 만나고, 마라톤대회에서 지지를 호소했다. ‘대중 속으로’ 정신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냈다.

맘다니는 임대료·버스·보육 등 3대 공약 외에도 시영 식료품점 신설, 최저임금 인상, 부자 증세 등 파격적 공약을 제시했다. 깜짝 놀란 억만장자들이 맘다니 낙선을 위해 2000만달러(290억원) 이상을 모금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먹혀든 이유는 두 가지라고 본다. 우선 다수 유권자에게 절실한 이슈였고, 다음으로 태도가 겸손하고 친절했기 때문이다.

맘다니 캠프의 기본원칙은 ‘연설 대신 경청’이었다. 맘다니 스스로 “가르치는 정치에서 듣는 정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영국 가디언 인터뷰)고 했다. 캠프의 소셜미디어에는 맘다니가 다양한 계층·성향 유권자들을 만나 ‘듣는’ 모습이 담겨있다. 자기 이야기 들어주는 정치인을 싫어할 유권자는 없다.

경청은 냉소를 참여로, 불신을 신뢰로, 체념을 희망으로 바꿔놨다. 뉴욕시장 선거 투표자 수(205만명)와 맘다니 득표 수(103만표) 모두 196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 광주에서 열린 ‘2025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 광주에서 열린 ‘2025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6월 한국에서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한국의 맘다니 탄생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관측이 벌써부터 돈다. 미국 정당 경선의 개방성,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에 적용된 선호투표제, 단단한 풀뿌리 조직이 한국 상황과 다르다고들 한다. 공직선거법은 맘다니가 적극 활용한 ‘호별 방문’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묻고 싶다. 한국 정당과 정치인은 선거법과 당헌·당규에서 허용하는 시도라도 충분히 해보았나? 의석·인력·자금이 취약한 진보정당들은 일단 논외로 하자. ‘무소불위’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민주당이 누구를 대표하는지부터 따져보자. 당 강령 전문에는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나와 있다. 국가데이터처는 중위소득의 50~150%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304만8887~914만6660원(기준중위소득 609만7773원) 범위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해줬다. 금투세 과세 기준은 연간 투자수익 5000만원이었다. ‘중산층’에 속하는 지인 10명 중 7~8명꼴로 주식투자를 하지만, 5000만원 남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투자 여력이 작은 서민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이 핵심을 찔렀다. “어느 때부터인가 민주당은 종부세 내는 부동산 부자들을, 종목당 수십억원씩 가진 주식 부자들을 (서민과 중산층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경향신문 인터뷰). 이사벨라 웨버 미국 매사추세츠대 경제학 교수의 지적도 신랄하다. “시민들은 현 상황에 진저리가 나 ‘지속’만 아니라면 뭐든 택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과 세계 대다수 민주주의 정당은 진짜 대안을 내놓는 데 주저해왔다”(가디언 기고).

시민은 때로 이기적으로, 때로 냉소적으로 비친다. 오로지 ‘소비자’일 뿐 정치에는 무관심한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엔 불씨가 숨어있다. 자신을 대표할 만한 정당·후보가 나타나면 타오를 준비가 돼있다. 정치에 필요한 건, 시민의 일상에 가닿는 예민한 감수성이다.

내란척결은 절실하고 검찰개혁도 긴요하다. 그러나 지하철 배차 간격을 줄이고, 마을버스가 달리게 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보육교사와 돌봄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아동 안전을 강화하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권자 시민’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정치가 게을러서 외면했거나 오만해서 간과했을 뿐이다. 맘다니는 정치학 교과서대로 했다. 한국의 맘다니? 가능하다. 거리로 나가 시민을 만날 것, 적게 말하고 많이 들을 것. 희망은 여의도 밖에 있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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