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개인투자자 대출 늘어
주담대 규제 여파 신용대출 동원도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9.48포인트(3.02%) 오른 4073.2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주요 은행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1주일 만에 1조2000억원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200대까지 오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른 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로 인해 신용대출까지 동원하는 사례도 늘어난 영향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7330억원)과 비교해 1조1807억원 늘어 불과 1주일 만에 10월 한 달 증가 폭(9251억원)을 넘어섰다.
통상 신용대출 잔액은 변동성이 크지만, 7일까지 증가 폭만으로 2021년 7월(+1조8637억원)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1조659억원 급증했고, 일반신용대출이 1148억원 늘었다. 이런 신용대출 급증세는 개인들의 주식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초 4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다가 인공지능(AI) 업종 과대평가 우려로 급락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순매수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7조263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은 7조4433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거의 그대로 받아냈다.
특히 코스피가 장 중 6% 넘게 밀리면서 3800대까지 떨어졌던 지난 5일에는 하루 새 마이너스 통장 잔액이 6238억원이나 급증했다.
지수가 급등할 때 포모(FOMO·소외 공포)를 느꼈던 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신용대출뿐 아니라 대표적인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6조2165억원으로, 5일에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사흘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보유한 주식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빚투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금융당국 관계자도 이를 부추기는 발언을 내놨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층 빚투 증가세와 관련해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을 강력하게 제한한 금융당국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 신용융자 반대매매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증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해 신용융자는 자본재와 반도체 업종에 집중돼있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에 따른 해당 업종 가격 하락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며 “두 업종이 코스피 시가 총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지수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개인투자자가 신용 투자한 업종의 주가 상승세를 견인했기 때문에 환율 변동, 대외 경제환경 변화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유출될 경우 해당 종목 급락 위험과 신용투자로 인한 파급효과 증폭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