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때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의원에게 반출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2시쯤까지 조 전 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실시했다. 특검은 지난 7일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등 혐의로 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36분쯤 심문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며 ‘비상계엄 선포 계획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영장 실질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하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조 전 원장은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에서 정치인 체포 지시를 폭로한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무력화하려고 국정원 비서실 직원을 통해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에게 계엄 당일 홍 전 차장 행적이 담긴 국정원 CCTV 영상을 반출함으로써 국정원법상 정치 중립 의무 조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하기 전 미리 대통령실에서 이를 전달받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는 물론 문건을 받은 적 없다’는 허위 증언을 한 혐의도 있다.
특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장우성 특검보와 국원 부장검사 등 총 7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482쪽에 달하는 의견서와 151장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를 준비해 조 전 원장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 측은 조 전 원장이 정치 중립 위반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해당 범죄를 조 전 원장의 과거 부하 직원에게 시킨 점 등을 고려할 때, 불구속 수사 시에는 조 전 원장 등이 그 직원의 향후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영장심사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고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그는 발언 말미에 자신이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이나 국정원장 등 중요한 자리를 맡았음에도 윤 전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불법 계엄 사태가 발생했다며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조 전 원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밤 또는 12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조 전 원장은 심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