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영장 기각 후 보강수사 거쳐
‘통상 지시’ 반박할 논리 충분히 구성 판단
서울중앙지법, 오는 13일 영장 심사하기로
12·3 불법 계엄에 법무부를 동원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다시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를 조직적으로 불법 계엄에 가담시키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박 전 장관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한 달 가까이 보강수사를 했다. 이번에는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법무부를 동원하려 한 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본다.
특검은 11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는 13일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법무부 검찰국, 출입국본부, 교정본부에 각각 비정상적인 명령을 내린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은 당시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입국본부에는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했고, 교정본부에는 수용 여력을 확인하고 수용 공간을 확보라고 지시했다고도 한다. 박 전 장관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법무부로 이동하는 도중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 배상업 출입국본부장, 신용해 교정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지난달 10일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을 처음 청구하면서 법원에 이런 점을 소명했는데 법원은 박 전 장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의자(박 전 장관)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취한 조치의 위법성 정도가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박 전 장관은 법무부에 내린 세 갈래 지시가 모두 계엄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특검은 지난달 15일 법원이 영장청구를 기각한 뒤 한 달 가까이 보강수사를 했고 이 ‘통상 지시’ 주장을 반박할 논리를 충분히 구성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생각지 못한 증거가 발견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범죄사실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출국금지팀 대기 조치나 수용 여력 확보 등 지시는 국가 비상상황 대비 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 계획’의 법무부 조치 사항에 따랐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특검은 실제 UFS 연습 계획 내용과 해당 조치가 달랐던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또 수용 여력 확보 지시와 관련해 계엄 선포 당일 포고령이 내려지자마자 마치 준비한 듯 법무부에 관련 조치가 하달된 점이나, 수용 여력 관련 보고 문건을 박 전 장관을 비롯해 관련자가 조직적으로 삭제한 점도 박 전 장관이 자신의 지시가 통상적이지 않다고 인지한 근거로 판단한다.
이 밖에도 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국무회의 당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손짓으로 불러 국무위원 부서(서명)를 받으라고 지시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의 법적 외관을 보완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한다.
특검은 보강수사 기간 사건 관련자를 차례로 소환 조사하며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을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달 18일에는 구상엽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같은 달 21일에는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5일 신 전 본부장에 대한 3차 소환 조사도 마쳤다. 신 전 본부장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으로 피의자로 입건돼 있다.
특검은 박 전 장관 혐의를 법원에서 인정받는 것이 남은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도 중요하다고 보고 영장 재청구에 나섰다. 계엄 상황에서 해양경찰청을 동원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받는 안성식 전 해경 기획조정관 역시 박 전 장관처럼 통상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박 전 장관에 대한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안 전 조정관에 대한 수사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